레드벨벳→샤이니·엔하이픈까지…10년 활동 작사 팀 1월 8일의 스토리

세상에 존재하는 무수히 많은 사람 중, 유독 특별한 사람이 있습니다. 이들이 품고 있는 이야기를 담을 예정입니다. <편집자 주>

케이팝(K-POP)이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가운데 확고한 장르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음악’에 있다. 기획사의 철저한 시스템 아래 발굴, 육성된 아이돌 그룹의 매력과 좋은 곡이 맞물려 ‘케이팝 열풍’을 일으키는 데 한몫한 것.

특히 곡은 물론 작사에도 여러 명의 작사가가 한 곡의 크레딧에 이름을 올리는 등 ‘곡의 퀄리티’가 중심에 있는 시대가 됐다. 이런 흐름에 따라 팀 작업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작사 팀으로 꾸준하게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1월 8일(전지은, 김정미, 황선정)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1월 8일은 국내에서 작사 팀으로 활동한 선두주자인 동시에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그룹 엑소부터 샤이니, 소녀시대, 레드벨벳,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등 수많은 그룹에게 히트곡을 안긴 작사 팀 1월 8일은 최근 fn스타에 작사와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저희가 함께하게 된 건 우연 플러스 인연인 것 같아요. 비슷한 시기에 학원을 통해 데뷔한 세대인데 당시 팀 작업이 늘어나는 추세여서 ‘작사도 팀으로 하면 재밌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함께하게 됐어요. 꽤 다양한 친구들과 스터디처럼 여러 조합으로 작업을 해봤는데 저희가 같이 작업했던 가수 나미 님의 ‘보여’라는 곡으로 데뷔하게 되면서 정식 팀으로 활동하게 됐어요.”(전지은)

최근 케이팝이 많은 사랑을 받는 만큼 창작자 간 경쟁도 치열하다. 전쟁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실력은 물론 특별한 무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보통 팀을 떠올리면 각자 부족한 점을 보완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1월 8일은 그 반대다. 제 몫 이상의 실력자들이 뭉쳐 수많은 곡 작업을 하고 있다. 아무것도 모르던 신인 시절, 팀 이름을 짓는 순간부터 이들의 역량은 놀라울 만큼 큰 힘을 발휘했다.

“예상치 못하게 데뷔곡이 픽스(fix) 됐고 급하게 팀 이름이 필요했어요. 장난처럼 주고받던 이름은 있었는데 감성적으로 지으면 발라드만 할 것 같고 세게 지으면 댄스만 할 것 같아서 중립적인 이름을 짓고 싶었어요. 그러던 중 셋이 처음 만난 날이 1월 8일이었는데 제일 의미 있는 날이라서 팀 이름으로 하게 됐어요. 잘했다고 생각하는 건 매년 1월 8일마다 기념일로 정해놓고 특별하게 지낼 수 있다는 거예요.(웃음)”(1월 8일)

일반적으로 작사가는 영어 가사 등이 붙어있는 데모곡을 받고 그 위에 가사를 입힌다. 1월 8일은 효율성에 집중, 팀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한다.

“처음 곡을 쓸 때부터 여러 방법을 시도해봤고 현재의 틀이 잡혔어요. 보통 한 명이 곡의 키를 잡고, 나머지 두 명은 피드백 주는 역할을 해요. 저희 셋은 성향이 다른 편인데 가사 의뢰가 오면 일정이나 장르에 따라 작업할 사람을 정하고 여러 측면을 고려해나가요. 특히 자기가 쓴 가사는 비약이 있거나 큰 그림을 빠트린다거나 객관적인 판단이 잘 안 돼요. 그런데 나머지 두 사람이 의견을 내면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어서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어요.”(1월 8일)

작사가는 창작자이긴 하지만, 자신을 드러내기보다는 가수와 곡에 맞는 스토리를 가사에 녹여야 한다. 그만큼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있어야 할 터. 무려 10년간 수많은 아티스트에게 맞춤 가사를 입혀준 1월 8일은 어디서 영감을 얻고 어떻게 가사를 쓸까? 한 팀이지만, 작업 방식도 또 가사를 대하는 방식도 전혀 달라 흥미로웠다.


“특별한 루틴은 없지만, 작업은 주로 밤에 해요. 장소를 바꿔서 하지 않고 항상 하던 곳에서 하는데 정말 급한 일정 등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비슷한 옷을 입고 비슷한 장소에서 가사를 써요. 또 데드라인이 다가와야 최종 작사가 되는 편인데 그전에는 음악을 수시로 들어요. 그리고 작성 전 반드시 하는 것 중 하나는 단락별로 이야기를 정해놓는 거예요. 벌스부터 프리 코러스, 엔딩까지. 대략적인 라인을 잡아두고 이 스토리를 토대로 하루 정도 가사를 써요.”(김정미)

“또 예전에 방송 작가로 일했는데 자막 쓸 때 어떤 단어를 어떻게 쓸지 많이 고민했었어요. 이런 습관 때문인지 TV를 볼 때 자막, 단어들을 집중해서 보게 돼요. TV 보는 걸 정말 좋아하는데 이런 부분들을 집중해서 보다 보면 가사 쓸 때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김정미)

“처음에는 회사에 다니고 있어서 일이 끝나면 늘 가던 커피숍에서 작업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별다른 루틴이 없어요. 다른 작사가들이 노래를 들으면서 떠오르는 장면이나 그림들을 생각한다면 저는 조금 다른 것 같아요. 가수가 불렀던 이야기나 키워드, 감정선 등의 정보를 최대한 수집하고 노래와 어울릴 법한 이야기를 정리하면서 가사를 써나가요.”(황선정)

“운전할 때와 운동할 때 음악 듣는 걸 좋아해요. 그리고 음악을 들으면서 떠올랐던 생각들을 메모하면서 조금 퍼트려놔요. 원래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작업하는 편인데 맞춰서 작업하는 건 밤, 새벽 시간인 것 같아요. 또 제가 카메라 감독이 된 것처럼 장면을 떠올리며 작업해요. 예를 들면 ‘방 안에서 줌인으로 시작, 창문을 빠져나가서 마을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하늘을 향한다’처럼 카메라 워킹을 따라가는 느낌인 것 같아요.”(전지은)

팀 활동에는 장단점이 있겠지만, 1월 8일은 단점보다 장점이 훨씬 많다고 입 모아 말했다. 이들은 인원이 많기에 더 많은 가사 작업을 할 수 있고, 일을 효율적으로 분배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뿐만 아니라 소위 ‘까이는 일’을 습관처럼 받아들여야 하는 작사가의 삶에서 서로 의지한 덕분에 10년이란 시간 동안 함께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만약 이력서를 백 군데 넣어서 백 군데 다 떨어진다면 굉장히 좌절이 클 거예요. 하지만 팀원들과 함께라서 천 번을 실패하더라도 더 믿고 갈 힘이 생기는 것 같아요. 만약 혼자였다면 긴 시간 동안 겪는 좌절과 실패를 견디지 못하고 그만뒀을지 몰라요. 저희는 같이 실패하고, 같이 성공하는데 이런 부분이 큰 장점이 돼요. 팀이라서 의지도 되고 항상 발전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노력해요.”(황선정)

“일주일에 10곡 의뢰가 올 때 혼자 하는 사람이면 못 쓰겠지만, 저희는 할 수 있어요. 나누면 되니까요.(웃음) 또 일과 삶의 경계가 불분명한 직업이라 쉬고 싶어도 마음 놓고 쉬질 못할 때가 많아요. 그런데 저는 팀이기 때문에 한 명이 환기할 시간이 필요해서 가사를 쓰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해도 충분히 백 업 가능해요. 무엇보다 세 명의 의견이 모여서 다양하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가사를 쓸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인 것 같아요.”(전지은)

“팀 작업에서 절대적으로 볼 수 있는 장점 중 하나는 수정 작업이에요. 만약 수정 요청이 들어오면 그 부분에 대한 대안을 보내야 해요. 하지만 작성할 때 마음과 회사 쪽에서 요청하는 느낌이 전혀 다를 때가 있어요. 그럴 땐 이미 A라는 방향성으로 작업했기 때문에 B라는 방향성으로 수정하기가 쉽지 않죠. 그런데 팀원들이 제삼자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기 요청 내용을 잘 이해하고, 원하는 방향대로 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김정미)

[SOME PEOPLE ②]에서 이어집니다

byh@fnnews.com 백융희 기자 사진=이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