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씨 일가 사재 털어라˝ 압박…채권단, 부도는 파장 커 엄두 못내

      2000.11.06 05:19   수정 : 2014.11.07 12:12기사원문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의장이 전계열사의 주식을 팔아서라도 현대건설을 살리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미흡하다는 게 채권단의 입장이다.

정부는 현대건설 말고도 쌍용양회나 대우자동차 등 현재 구조조정작업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3개 기업이 특단의 대책을 내놓지 않을 경우 부도처리도 불사하겠다는 엄포를 계속 하고 있다.

그러나 속내는 사뭇 다르다. 이들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커 선뜻 퇴출시킬 수 없다는 것이 금융감독원 관계자들의 실토다. 실제 당국은 최근 들어 현대건설문제 처리 등에서 한 발 후퇴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이 지난 4일 청와대 보고를 마친 후 5일 채권은행장 회의에 이어 기자회견을 갖고 현대건설에 대한 출자전환가능성을 내비친 것이 그것이다.


◇정부도 현대건설 법정관리 원치 않는다=금감원 고위관계자는 “현대건설이 끝까지 자구계획에 불성실한 태도를 보이면 최악의 경우 법정관리도 불사한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지만 우리경제에 미칠 충격을 감안하면 법정관리는 최후의 카드로만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대건설과 동아건설이 차지하는 해외건설공사 수주비중이 무려 45%나 된다”고 전제,“동아건설이 법정관리처리된 마당에 현대건설까지 똑같은 조치를 받게 되면 국내 건설업계의 해외기반이 모두 무너지는 데다 외교적인 문제로까지 비화할 소지가 크다”고 실토했다. 그는 따라서 “현대건설처리와 관련,법정관리가 아닌 다른 여러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며 출자전환도 그중 하나”라고 말했다.

◇정부는 정씨 일가의 사재출자나 알짜 계열사를 매각해야 한다=금감원 고위관계자는 ‘정씨일가나 그룹전체가 공정거래법에 저촉되지 않으면서 현대건설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그방법으로는 정씨 일가 즉,정주영 전명예회장의 형제인 정세영,정상영씨 등과 몽준,몽구씨 등 몽헌씨 형제 등이 모두 나서 ‘사재출자’를 하는 길밖에는 없다고 덧붙였다. 금감원의 또다른 관계자는 “정몽헌씨 계열중에는 팔면 수천억원을 받을 수 있는 알짜 기업도 한 두곳 있는 것으로 안다”며 “정씨부자 모든 형제의 사재출자나 알짜기업 매각만이 자구다운 자구계획으로 인정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에 대한 외환은행입장=정몽헌씨가 6일 자신이 보유중인 계열사 전 주식을 모두 포기해서라도 현대건설의 유동성 지원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과 관련,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은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외환은행은 그러면서도 정 의장이 일시적으로 법정관리와 출자전환을 모면한 뒤 현대건설의 경영권을 계속 유지하려는 속셈일 수도 있다고 판단,신중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외환은행은 다만 정 의장이 상황의 다급함을 인식한 만큼 후속대책이 속속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fncws@fnnews.com 최원석 정민구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