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를 만드는 프로일꾼들

      2003.10.23 10:15   수정 : 2014.11.07 12:59기사원문

■데드라인(댄 캐리슨 지음/미래의창)

대부분의 사람들은 업무 중에 부딪히는 최종 마감시간(데드라인)의 도전을 마지못해 받아들인다. 그러나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들에서 일하는 프로 일꾼들은 데드라인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전혀 다르다. 그들은 데드라인을 지켜야 하는 임무가 떨어져도 지나치게 걱정하거나 시간에 쫓기는 직장의 악마로 변하지 않는다. 그들은 모두 언뜻 보기에 불가능해 보이는 데드라인을 전적으로 받아들이고 효율적으로 업무를 처리해나간다.

댄 캐리슨의 ‘데드라인’(이진원 옮김)은 기업의 생존을 결정하는 데드라인을 지키기 위해 1분 1초를 다투는 ‘진짜 일꾼들’의 드라마 같은 이야기다. 이 책에는 도저히 시간을 맞출 수 없을 것 같아 보였던 브롱코스 신축 스타디움을 더 적은 경비로 더 빨리 지어낸 터너건설을 비롯해 미국 최대의 운송회사마저 거절한 영화배급 프로젝트에 도전하여 영화배급 시장의 일인자가 된 에어본 익스프레스, 5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지금껏 보지 못한 최신 여객기를 만들어낸 보잉사, 예술에 가까운 팀워크를 자랑하며 단기간에 납치범을 검거한 FBI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터너 건설은 4억달러짜리 덴버의 브롱코스 스타디움 신축계약을 수주한 후 고민에 빠졌다. 계약을 포기하면 영원히 건설업계를 떠나야 하고, 계약을 이행하자니 시간과 예산이 압박해왔다. 브롱코스팀 프로젝트 매니저 크리스 브레텔은 “서류 상으로 봤을 때 이번 계획은 실패가 예정돼 있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터너 건설은 ‘설계와 동시 건설’이라는 기발한 목표를 세운 후 개방적이고 솔직하고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공유하는 협력회의를 통해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을 미리 찾아냈다. 더군다나 현장 설계팀은 물론이고 스타디움 발주자들까지 회의에 초청, 데드라인을 맞추기 위해서는 고객의 위치에서 내려와 프로젝트 진행자의 일부가 돼야 한다는 사실을 주지시켰다. 특히 공사 진행에 방해가 될 세력을 일의 초기 단계에 참여시키고 분쟁은 그 자리에서 해결하며 데드라인 달성에 참여한 사람들과 함께 그 이익을 공유함으로써 불가능해보였던 로키산에 천둥소리를 울릴 수 있었다.

또 에어본 익스프레스는 미국 최대의 배송업체인 유피에스와 페덱스도 거부했던 ‘두 시간만에 필름을 전국의 극장으로 배달’하는 기적을 이뤄냈다. 프로젝트팀장 두퍼는 각 필름에 암호를 부여한 다음에 프린트된 필름이 배급센터, 본부, 지점, 배달트럭, 그리고 극장을 거쳐 다시 돌아오는 순환경로 중간 지점마다 스캔을 하는 모니터링시스템을 개발해 업계 최초로 고객이 알기 전에 배송문제를 파악하고 제 시간 내에 문제를 해결했다.

그 결과 에어본 익스프레스는 지난 2001년 회수해온 63만1000여편의 영화 가운데 배달사고가 난 필름은 100편도 채 안 되었다. 고객이 어떤 문제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알기도 전에 먼저 문제점을 발견하는 사전 모니터링을 통해 자칫 영영 잃어버릴 뻔한 시간을 되돌려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에어본의 데드라인 프로젝트 관리기법을 살펴보면 ▲여러분이 속해 있는 조직을 충실히 대표하면서 동시에 ‘상대방’을 옹호하라 ▲위험이 받아들여지는 기업문화를 만들어라 ▲베타 테스트에 고객을 참여시켜라 ▲데드라인이 중시되는 기업문화를 만들어라 ▲실수는 추호도 용납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심어줘라 ▲사전에 문제점을 발견하라 ▲고객이 데드라인을 맞추기 쉽게 만들어라 등의 점검사항이 들어 있다.

한편 이 책은 단순히 데드라인의 성공사례를 소개하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데드라인을 지키면서 어떻게 하면 훌륭한 조직을 키워낼 수 있는가에 대한 가르침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 noja@fnnews.com 노정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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