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략 펼칠 ‘로컬 인재’찾기 총력

      2006.02.02 14:19   수정 : 2014.11.07 00:14기사원문


“중국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우려면 철저한 ‘현지화 경영’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외국 기업이 아닌 현지기업으로 인정받을 때 경쟁력을 갖출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 소주에 위치한 SKC신재료 서일동 부총경리의 말이다. 서부총경리는 “최근 외국 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대우가 달라지고 있다”면서 “적극적인 현지화로 중국 기업으로 인정받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외국 투자 기업에 대한 현지 국가의 대우가 이전과 달라지면서 국내 기업들이 현지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외지에서 유입되는 부품에 대한 관세와 기술이전 등 각 국가의 요구가 거세지면서 단순히 전략차원에서 이뤄지던 현지화가 최근에는 생존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현지화를 위해 기업들은 현지 인력 확보와 부품 현지조달, 문화 교류 등 다양한 활동을 펴고 있다.


■현지화 핵심은 ‘로컬 인재’ 확보가 관건

중국내 4대 명문대학으로 손꼽히는 베이징대학교.

베이징대학교 정문을 지나자 머리 위로 눈에 익은 로고와 함께 ‘LG CHEM GLOBAL RECRUTING IN BEIJING’이라는 현수막이 지나갔다. LG화학이 베이징대학에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마련한 기업설명회를 알리는 현수막이다. LG화학 기업설명회가 진행되고 있는 강의실을 들어가자 설명회를 들으려는 학생들로 빈 자리가 없었다.

최근 중국과 미국 유럽 등 주요 대학으로 삼성과 LG, SK 현지 법인 관계자들이 잦은 발길을 하고 있다. 현지화를 적극 추진하면서 남보다 먼저 유능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차원에서다.

삼성전자는 현재 중국과 인도 등 국가별로 별도 T/F팀을 구성해 현지 인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또 미국 40∼50개 대학을 방문해 설명회를 갖고 있으며 북경대와 칭화대 등 중국 20여개 대학 3000여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LG그룹은 LG전자와 LG필립스LCD, LG화학 등이 미주와 중국 유럽 등에서 현지 채용투어에 나서고 있고, 최근에는 범위를 확장해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지에서도 현지 인재 확보에 나서고 있다.

한국타이어 자싱공장은 시안교통대 ,절강대. 상해 교통대 등 중국 20개 유명 대학의 석학사과정 대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시행중이다. 한국타이어는 장학금을 지급하는 대신 자사의 입사를 조건으로 내세워 우수한 인재를 안정적으로 수혈받는 효과를 얻고 있다.

인재확보를 위해서는 최고경영자(CEO)도 발벗고 나서고 있다.

포스코 이구택 회장은 국내 CEO로는 처음으로 중국 칭화대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회를 가졌고,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황창규 사장은 지난해 11월에는 베이징대학교에서 삼성의 반도체 신화를 주제로 강연회를 열었다.

■부품 조달도 현지에서 추진해야

현지에서의 부품 조달 비율도 점차 확대하고 있다.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국내에서 생산된 부품의 질이 더 좋지만 현지화 측면에서 부품조달 비율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일부 지역의 경우 유입되는 부품에 관세가 부과되고 있어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라도 현지에서의 부품조달이 필수적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중국 우시에 LS산업단지를 형성하고 있는 LS전선은 현재 10%대인 현지에서의 부품 조달비율을 장기적으로 60%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LS전선은 중국내 부품 박람회 등에 적극 참여해 현지 부품사와의 관계형성에 나설 예정이다.

LG전자 폴란드 생산공장인 LG전자 므와바 공장도 부품 현지화율을 적극 높이고 있다. 폴란드가 지난 2004년 EU에 가입하면서 역외에서 유입되는 완제품이나 부품에 10%의 관세율이 적용, 원가부담에 따른 경쟁력 약화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부품 현지 조달에 가장 적극적인 업체는 현대차로 중국 현지에서의 부품 조달율이 70%는 넘고 있다. 이는 중국 정부가 원칙으로 세운 부품 현지조달 비율 64% 선을 웃도는 수준이다.

헝가리나 인근 국가에 위치한 관련 기업들로부터 생산한 부품을 공급받아 주력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삼성SDI는 현지화율을 50%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 아래 관련 기업들과 유기적인 생산체제를 구축해 왔다.

한편 LG전자 므와바 공장은 지역 주민을 우선 채용, 눈길을 끌고 있다. 현지 채용 직원들이 주인 의식을 가지고 근무를 하지 않을 경우 업무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로인해 LG전자 므와바 공장은 직원들과 1대1 대면을 통해 애로점을 파악하고 노동 효율성을 높이는데 주력한다. 이로써 LG전자는 현지에서 한국의 기업이 아닌 폴란드를 대표하는 기업으로서 인정받고 있다.

■문화 행사, 사회 공헌활동 통해 경쟁력 제고

기업들은 다양한 문화 체육활동 지원등을 통해 더 이상 외국 기업이 아닌 중국 기업으로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LG화학 중국 법인은 지역사회와의 유대 강화를 위해 매년 마라톤을 개최하고 있으며 사스 퇴치를 위한 기금을 마련하고, 고객과 지역주민을 회사로 초청해 회사를 소개하고 있다. 또 매달 2곳의 양로원을 방문하고 있으며 지역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LG전자는 ‘중남미에 희망을’이라는 슬로건 아래 현지 밀착 사회공헌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파나마에서 지난해 11월까지 어린이와 노약자 3000명을 대상으로 의료봉사를 펼쳤고, 콰테말라에는 LG기술학교를 설립해 극빈층 청소년 자립을 위한 기술교육을 시키고 있다. 올해는 에콰도르와 베네주엘라에도 기술학교를 설립할 예정이다.


한편 현대차 인도법인(HMI)은 지역주민들을 위한 사회봉사활동을 펼치기 위해 올해 상반기에 해외 법인으로는 처음으로 현지 ‘사회공헌재단’을 설립할 예정이다.

/ kkskim@fnnews.com 김기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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