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EU 통합거래소 탄생할까/ 안정현 파리 특파원

      2006.06.01 15:12   수정 : 2014.11.06 05:02기사원문


지난 5월22일 세계 최대 증권거래소인 뉴욕 증권거래소(NYSE)는 유럽 주요 5개 거래소의 연합체인 유로넥스트에 합병을 공식 제의했다. 이번 합병이 성사될 경우 미국과 유럽 전반을 아우르는 초대형 증권거래소 그룹이 탄생하게 된다. 현재 유럽의 거래소 판도는 런던 증권거래소, 프랑크푸르트의 도이체뵈르제, 유로넥스트가 삼두마차를 이루고 있다. 유로넥스트는 프랑스 파리,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벨기에 브뤼셀, 포르투갈 리스본의 증권거래소와 영국의 런던 국제금융선물거래소를 운영하고 있는 범유럽 증권거래소 그룹이다.

사실 유럽 내에서는 그 동안 런던 증권거래소, 도이체뵈르제, 유로넥스트 간에 서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여러 가지 합병 제안이 거론됐고 그 중심에 유로넥스트가 있었다. 몇 개월 전 유로넥스트는 런던 증권거래소와의 합병을 제안했다.
그러나 미국 제2의 증시인 나스닥이 지난 4월 런던 증권거래소 지분의 15%를 장중 매입하며 최대 주주로 등장하는 바람에 합병을 포기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 나스닥이 런던 증권거래소와 연합하자 미국 1위 뉴욕 거래소가 자극받아 유로넥스트와의 합병을 제안하기에 이르렀다. 유로넥스트로서는 런던 거래소와의 합병을 추진하다가 뜻밖의 좋은 짝을 만나게 된 셈이다. 최종 결정은 조만간 열릴 임시 주주총회에서 이뤄지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 증권거래소측에 따르면 두 거래소 그룹간의 합병으로 얻게 될 시너지 효과는 2억9300만유로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유로넥스트 측은 합병이 성사되면 적잖은 미국 투자자들의 자금이 유럽시장으로 흘러 들어올 것으로 보고 있다. 통합 거래소가 나타나면 기존 유로넥스트 상장 기업들에 대해서도 뉴욕 거래소 상장 기업과 동일하게 통합 뉴욕 증권거래소·유로넥스트 상장기업이라는 표식이 부여됨으로써 기존의 뉴욕 증권거래소 상장 기업에 느끼는 것과 같은 심리적 확신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기대가 현실화할 경우 기존의 유로넥스트 상장 기업들은 두 가지 측면에서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으로 투자자금 유입에 따른 유동성 증가는 기존보다 더 많은 규모의 거래를 야기하고 이는 거래 비용을 낮춤으로써 이들 기업의 주식의 가치를 높이게 된다. 다른 한편으로 기존보다 적은 비용으로 주식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합병의 두번째 긍정적인 효과는 세계 유수의 주식거래소에 제2의 상장을 원하는 인도·중국·동유럽 등 개도국의 우량 기업을 대거 유치하는 데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에 이들 기업이 제 2상장을 위해 주로 찾았던 곳은 뉴욕 증권거래소. 그러나 엔론 사태 등 미국 내 대규모 회계부정 사태를 계기로 상장 기업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함에 따라 이들 중 많은 수가 최근 런던증권 거래소로 발을 돌리고 있다.

그러나 합병이 성사될 경우 이들 중 상당수가 기존 유로넥스트 거래소로 발길을 돌릴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미국의 까다로워진 규제를 피하면서 뉴욕 증권거래소 상장이라는 광고 효과를 동시에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나친 낙관론은 아직은 이르다는 시각 또한 적지 않다. 우선 합병 후에도 각 거래소들이 독립적으로 운영될 것이라는 점에서 통합의 효과를 예단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파리 거래소에 상장된 40대 기업 주식의 절반이 외국인이 소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직도 유럽 기업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말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이러한 신중론에도 불구하고 거래소들간의 몸집 불리기 경쟁은 이제 대세인 것 같다.
이에 덧붙여 현재 유로넥스트의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는 파리 증권거래소는 이번 합병이 성사돼 런던 거래소에 대한 전통적 열세를 극복하는 계기가 되기를 은근히 바라고 있는 분위기다.

/ junghyun@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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