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수 한국도자기 회장 “‘프라우나’ 유럽서 예술품 대접”

      2006.10.08 17:10   수정 : 2014.11.05 11:27기사원문


한국도자기 김동수 회장은 올해로 만70세다. 고희(古稀)를 맞이한 것이다.

고희란 이태백과 함께 중국의 시성(詩聖)으로 불리는 두보가 남긴 ‘곡강’이란 시의 내용 중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는 시구에서 유래한 말이다. 인생살이 70년이 예로부터 드물다는 뜻이다. 장구무변한 자연에 비해 인간의 삶이 짧기에 세상사에 연연치 말라는 경구가 숨어있다.

두보의 시 대로라면 요즘 김회장의 일상은 고희의 진정한 의미를 즐기고 있는 것 같다.


“아직도 1주일에 2∼3 차례 필드에 나가 지인들과 골프를 즐긴다. 젊은 때만큼 멀리 나가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200(야드) 이상을 날아간다.”

또 김회장은 매일 오후에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헬스클럽으로 ‘또다른 출근’을 한다. 일부러 남들처럼 근력을 다지고 땀을 빼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는 자타가 인정하는 국선도 사범이다. 18년의 수련을 자랑하는 고수다. 헬스클럽에서 수련생 20∼30명에게 무료로 국선도를 가르친다. 올해로 벌써 15년째다. 김회장 지도를 거쳐간 제자만 수백명에 이른다고 한다.

김회장은 건강이 모든 것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아무리 많이 먹어봤자 건강이 안 좋으면 행복하게 사는 게 아니다. 건강하게 사는 것은 욕심을 버리고 자기 몫에 만족하며 사는 것이다. 그래야 존경을 받는다. 누가 알아주는 것하고 존경을 받는다는 것과는 엄연히 다르다. 돈이 많아 알아주기는 하지만 진정으로 존경을 받거나 행복해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김회장은 검도인이기도 하다. 공인 6단의 실력이다. 매일 집에서 목검을 놓지 않고 연마하고 있을 정도다.

이처럼 일면 유유자적해 보이는 김회장도 요즘은 한국도자기를 어떤 경영철학과 사업방향을 갖고 이끌어 갈 것인가로 고민 중이란다. 물론 회사경영은 두 아들에게 맡겼지만 회사의 큰 그림을 그리고, 조언을 하는 역할자로서 김회장은 여전히 ‘한국도자기의 꺼지지 않는 불씨’다.

그는 한국도자기를 경영의 반석에 올려놨다고 판단, 고전하고 있는 계열사 로제화장품, 수안보 파크호텔의 사업 활성화에 무척 신경쓰고 있다.

일본의 시세이도 화장품과 도자기업체 노리다케의 공동 마케팅전략을 벤치마킹해 시작한 로제화장품은 초기에 에센스 제품 특화로 빠른 성장세를 보였지만 제품군 확대, 유통망 부족, 경쟁 과열 등이 겹치면서 부진에 빠져 있다.

“초심으로 돌아가 로제화장품을 30∼40대 여성을 겨냥한 에센스 쪽으로 다시 집중할 생각이다. 한국도자기 고객수는 삼성전자 만큼이나 많다. 도자기 고객을 중심으로 에센스 마케팅을 펼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시설이 노후화된 수안보 파크호텔도 리모델링을 단행, ‘청정 레저호텔’로 탈바꿈시켜 흑자 사업체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와인·맥주를 제외하고는 모든 주점을 정리했다. 식당, 객실, 외관을 수리하고 꽃 장식도 곁들여 가족들이 편히 쉴 수 있는 ‘깨끗하고 조용한 호텔’로 바꾸는데 주력하고 있다.

도자기업계의 현역 경영자 중 최장수 최고경영자(CEO)인 김회장은 48년간 ‘최고의 도자기 만들기’에 천착해 온 경영인답게 특유의 ‘도자기 론(論)’도 들려준다.

첫 마디가 “도자기는 정직하다”는 것. “자기 온도에 딱 맞아야 최고의 제품이 나올 수 있다.” 한국도자기의 사훈 중 하나인 ‘정직’과 상통한다.

아울러 “도자기는 무공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요즘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식기 등 그릇을 플라스틱 제품으로 사용하는 것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최근 플라스틱류의 환경 호르몬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소비자들이 ‘무공해 그릇’ 도자기로 다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도자기 어린이 세트를 찾는 수요가 급증하면서 물량이 부족해져 청주공장이 어린이 제품 생산에 매달려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또 도자기는 ‘교육적’이라고 김회장은 얘기한다. “도자기가 아이들에게 조심성을 길러주기 때문”이란다. 영국 등 선진국에서 일부러 아이들에게 도자기 그릇을 주는 것도 교육적 측면을 고려했다는 설명했다.

국내 1위의 도자기업체로 자리잡은 한국도자기는 생산량(월 150만개) 및 매출액(연간 약 700억원)에서 세계 5대 제조사이다. 특히 2003년에 내놓은 ‘프라우나’는 예술품 대우와 함께 몇 배의 높은 가격을 받는 헤르메스, 베르나도 등 유럽 고급 도자기를 겨냥해 만든 명품 브랜드다.

“프라우나는 아직 세계시장에 나가는 수량이 적지만 명품 대접을 받는다. 소량이지만 부가가치가 높은 고급제품을 지향하는 전략이 맞아떨어져 해외에서 반응이 상당히 좋다.”

김회장이 전망하는 도자기 산업의 미래는 매우 낙관적이다.
“한국도자기가 톱 클래스를 달리고 있는 이상 사양산업이 아니며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창업 63년의 업력에 비해 연간 매출액이 크지 않다는 지적에도 “도자기는 장치산업으로 시설에 비해 매출 규모가 별로 올라가지 않는다.
대기업으로 성장하기보다는 중소기업으로 꾸준히 가업을 유지, 발전시킬 수 있는 산업”이라며 김회장은 여유로운 미소로 응답했다.

/jinulee@fnnews.com 이진우기자

■김동수회장 약력 △70세 △충북 청주 △청주고 △연세대 경제학 △충북대 경제학 명예박사 △59년 충북제도회사(한국도자기 전신) 입사 △대한도자기공업협동조합 이사 △대한검도회 회장(공인 6단) △국제검도연맹 부회장 △한국도자기 사장 △한국도자기 회장(현재) △한국능률협회 한국의 경영자상, 한국표준협회 국가품질상·금탑산업훈장·대통령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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