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재율시리즈 100호 4000만원

      2006.10.10 15:04   수정 : 2014.11.05 11:21기사원문


※김태호 노화랑서 화집출판기념전

그림이 감상용으로만 머물던 시대는 지났다. 요즘 그림 시장을 바라보는 눈은 인테리어 효과와 감상용은 기본이고 일명 '돈이 되는' 그림 찾기가 늘고 있다. 잘 고르면 대박, 못 골라도 현물은 남으니 크게 손해 볼 것이 없다. 그게 바로 그림 투자의 매력이다. '시선집중! 아트&프라이스'는 매주 화제의 전시를 찾아 작품과 작품 가격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엣? 4000만원이요?”

서양화가 김태호(59·홍익대교수) 출판기념전을 앞두고 열린 기자간담회 식당. 분주하게 움직이던 젓가락이 딱 멈추었다.
“100호 크기가 얼마예요?”의 답이었다.

물감을 겹겹이 바르고 또 발라 두께가 높이 올라온 작품. 작가는 물감이 엄청 들어간다고 너스레다. 커진 눈을 깜박이기도 전에 작가는 10년 전 물가와 비교해서 그림값은 하나도 안 올랐다며손사래를 쳤다.

10년 전 100호 크기 작품 값은 1500만원. 10년이 지난 지금은 4000만원. 물가는 6배 올랐지만 자신의 그림 값은 2.5배 정도밖에오르지 않았다며 아파트 가격을 보라며 조목조목 분석했다.

그러나 ‘김태호’라는 이름만으론 미술시장에서 익숙지 않다. 이름에 비해 작품 값이 너무 비싼 게 아니냐는 질문과 아파트값과 작품 값을 비교하느냐는 우문이 이어졌지만 작가는 내 그림은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며 확고했다.

■물감을 쌓고 긁은 추상미학

김태호의 추상회화 ‘내재율’ 시리즈는 각기 다른 색을 칠해서 올리고 깎아내는 기법이다. 캔버스에 올라 있는 물감 두께만 해도 1㎝ 이상이다. 캔버스에 20가지 정도의 색면층을 쌓아 끌칼로 깎아낸다. 물감을 그리는 용도로 사용했던 것에 대한 역발상이다. 80년 형상 시리즈에 이어 90년대엔 한지를 이용해서 작품을 했다. 그러나 한지도 종이의 한계성을 보였다. 다시 캔버스로 돌아왔다. 그러다 캔버스에 있는 물감을 면도칼로 긁어봤다. 이거다 싶었다. 그라인더로 갈아도 봤고 다시 면도칼로 그어도 봤다. 그 작품을 정상화 선생에게 보여주니 “너무 좋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때부터다. 물감을 올려 면도칼로 구두 깎는 칼로 긁어도 봤다. 지금은 끌칼로 깎아내는데 이르렀다.

세계에 하나밖에 없는 작품, 수 없이 쌓아 올린 붓질과 안료층을 가차 없이 팽개치고 깎아내는 ‘내재율’ 시리즈의 탄생 배경이다. 20여가지 색면층을 쌓아 끌칼로 깎아내면 아래의 숨어 있던 갖가지 색점들이 살아나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인다. 화면은 밀도있고 다양한 색채에서 자유로움이 느껴지는 동시에 절제된 힘과 무한한 공간, 질서의 아름다움이 펼쳐진다. 평론가 오광수는 “촉감과 시각, 시간과 공간이 동일 차원에서 만나고 분산되어 중심도 끝도 없이 전개됨으로써 일반적 회화의 틀에서 벗어나려는, 평면으로서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는 회화의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도전이 아닐 수 없다”고 평했다.

작품에 들인 공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100호 크기 작품에 들어가는 물감만 20갤런(약 80㎏)으로 보통 작품의 100배 이상이다. 또 보통 한 작품을 완성하는데 1주일 정도 걸린다면 김교수의작품은 40여일이 소요된다. 그래서 연간 20여점밖에 생산이 안 된다. 작가는 자신의 그림 그리기를 도를 닦는 수행의 길이라고 했다.

■470여페이지 화집 출판기념전

서울 관훈동 노화랑에서 열리는 출판기념전. 제목만으로는 회고전을 하는 것 같다. 이번 전시에는 200호(7000만∼7500만원) 대형작품과 8호(600만원) 크기 소품 등 다양한 크기의 총 20점이 걸린다. 총 470여페이지를 2권으로 나눠 만든 묵직한 양장본 화집은 총 2억원을 투자했다.

해외 아트페어에 주로 출품했던 작가는 작품을 더 보고싶다는 화상과 고객들의 요청을 자주 받았다. 몇 장 달린 팸플릿은 무안했다. 그때마다 제대로 만들어서 보여주리라 생각했다. DB 구축이 시급했다. 웹사이트도 만들었다. 이번에 나온 화집을 두고 벌써 뭐하러 이렇게 만들었느냐고 하지만 작가는 뿌듯하다. 78년부터 최근까지의 작품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 30여년 간 화업이 총망라됐다.

작가는 고교시절 박서보 화백을 만나면서 추상회화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1970∼80년대 모노크롬 회화운동 일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5년 만에 서울에서 전시회를 갖는 작가는 그동안 해외시장을 공략했다. 미국 시카고, 캐나다 토론토, 스위스 제네바 아트페어 등에 출품했다. 앞으로 화집을 들고 본격적으로 해외에 진출할 예정이다.


화랑운영 30년 경력의 노승진 관장은 “작품을 보고 보고 또 보면 감칠맛이 두드러진다. 마치 벌집 형상을 닮아서인지 그의 작품을 구입한 고객들이 하나같이 잘됐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김태호 작가의 작품은 돈이 되는 작품, 부자가 되는 그림’으로 통한다”며 “판매에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전시는 11일부터 11월10일까지. (02)732-3558

/hyun@fnnews.com 박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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