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의 소명 ‘삶의 질 향상’

      2006.10.12 17:50   수정 : 2014.11.05 11:13기사원문


우리가 일상을 살다보면 너무나 친숙하기 때문에 그 존재의 의미와 정체를 의심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 대기의 산소나 가족과 같은 존재가 그러하고, 이제 우리의 수발이 되어버린 핸드폰이나 인터넷과 같은 매체가 그러하다. 아마도 TV나 방송도 그런 존재가 아닌가 싶다. TV 안보기 운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TV는 실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러나 그 존재와 정체가 의문시되지 않던 TV와 방송이 최근에는 거센 논란과 토론의 중심에 서 있다. 요컨대 방송과 통신의 융합 또는 미디어 융합이라 불리는 시대가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방송을 연구해온 필자도 ‘방송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 건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우리의 청소년들이 휴대폰이나 인터넷, PMP 등을 통해 들여다보고 있는 내용들이 방송인지 아닌지를 고민해야 하는 시기가 성큼 다가왔기 때문이다.

유비쿼터스라는 용어도 우리에게 이처럼 다가왔다. “언제 어디서나 네트워크에 접속되는 상태” 정도로 이해되고 있지만, 그 어원을 추적해 보면 본래의 의미가 다소 왜곡되고 변형된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아무튼 최근 많은 이들이 언급하는 유비쿼터스 사회는 그야말로 ‘미디어 천국(Media Paradiso)’을 의미한다. 문제는, 천당과 지옥이 명확히 구분되는 대부분의 종교적 우주관과는 달리 유비쿼터스 사회에는 천국과 지옥이 매우 가깝게 있거나, 아니면 동시에 공존할 것이라는 점이다.

항상 변화가 있는 곳엔 혼란과 시행착오가 있게 마련이다. 이 거대한 변화의 물결과 ‘새로운 것’의 홍수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에 주목하는 것은 때때로 매우 유용하다. 테크놀로지의 한가운데에는 여전히 인간이 있어야 하고, 특히 그것은 인간의 통제 가능한 영역 안에 존재해야 한다는 점이 그렇다.

우리도 지금 방송과 통신의 융합을 위해 수많은 전문가들이 머리를 짜내며 고심하고 있다. IT 강국이라 허풍을 떨어온 우리로서는 너무 늦은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이 어려운 난제를 풀어가는 모든 노력도 결국 새로운 미디어가 우리 삶과 문화의 질을 높이는데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의 물음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미디어를 통해 우리가 소통하고 감동하며 즐거워하는 것은 그 자체가 문화를 이루는 중요한 요소들이다. 따라서 미디어의 미래는 곧 콘텐츠의 미래이며 결국 문화의 미래가 되는 셈이다.
미디어 천국은 기술과 문화가 미디어를 통해 서로 타협하고 공생하는 세상에서 그리 멀지 않을 것이다.

/이기현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정책연구팀장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