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조각가 박승모 개인전
파이낸셜뉴스
2008.10.13 08:53
수정 : 2014.11.05 11:27기사원문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특선을 수상한 젊은 조각가 박승모는 알루미늄 와이어로 대상을 칭칭 감아서 오브제의 맥락을 바꾸기도 하고, 재현하기도 한다. 그는 몇 년 전 그랜드피아노를 알루미늄 와이어로 결박함으로써 피아노가 본래 지닌 기능을 박탈하여 하나의 오브제로 제시한 바 있다. 그와 유사한 작업을 시도한 마르셀 뒤샹(타자기의 덮개 이용해 대상을 은폐)이나 대지예술가 크리스토(베를린 국회의사당 포장)와는 다르게 오브제를 결박한 후 작가에 의해 새롭게 의미가 부여된 거대한 덩어리를 관람객들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박승모가 오는 21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 아트싸이드(02-725-1020)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전 작업과는 달리, 오브제를 충실하고 집요하게 재현한 작품을 선보인다.
그는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인 ‘이상봉의 옷’(160×151×188㎝)을 제작하기 위해 100명에 이르는 실제 인물을 라이프 캐스팅했다. 그리고 캐스팅한 작품을 다시 가느다란 알루미늄 와이어로 포장함으로써 패션모델의 머리카락 한올까지도 섬세하게 살려내고 있다. 패션모델의 아름답게 드리워진 옷자락이나 하늘로 휙∼ 날릴 것 같은 머리카락은 마치 실물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미술평론가 최태만씨는 “박승모가 선보인 아름다운 여성의 이미지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특정한 누구인가가 아니라 바로 그 작품의 독특함이다. 의상의 부드러운 디테일까지 섬세하게 묘사한 이 작품에서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손기술의 숙련이 제공하는 재현의 놀라움이다”라고 말했다.
/noja@fnnews.com노정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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