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上) 무코야마 히데히코 일본종합硏 수석이코노미스트

      2010.02.02 17:30   수정 : 2010.02.02 17:30기사원문

[도쿄(일본)=안대규기자] 지난 1980년대부터 선진국에 진입해 30년간 저성장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세계 2위 경제대국 일본.

한 때 산업화와 선진화 측면에서 한국 경제의 발전 모델이었던 일본은 최근 도요타자동차 리콜사태와 일본항공(JAL) 파산 등으로 제2 성장 모멘텀을 찾아야 하는 시점이다.

일본은 100여년 전 한국보다 앞서 서구 선진문명을 받아들였고 내부 빈약한 자원 때문에 추진된 수출주도형 경제를 1980년대 내수형 경제로 성공적으로 틀을 바꿔 튼튼한 경제를 만드는 데는 성공했다. 그러나 엔화가치 상승, 부동산 가격 폭락, 디플레이션 등으로 저성장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며 정체된 '선진국병'을 앓고 있다. 이에 본지는 선진국 30년째에 접어들며 '늙은 사자' 격인 일본이 겪은 경제, 금융, 산업계 전반의 이슈를 되짚어 봄으로써 2010년 '호랑이'로 도약할 한국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점이 무엇인지를 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도쿄(일본)=안대규기자】 히데히코 무코야마 일본종합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전략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사진)는 지난 1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한국도 고객 측면에서 은행 인수합병(M&A)을 통한 메가뱅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한 적극적 대외 개방은 실업난 해소를 위해 필수불가결하다고 밝혔다.

최근 한국 조선업 위기의 경우 업무 다각화를 통해 경기방어적(Circle-Proof) 포트폴리오로 위기를 뚫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표적 지한파인 히데히코 무코야마는 1957년 일본 도쿄 출생으로 일본 중앙대와 미국 뉴욕대학에서 수학했고 지난 2001년 4월 일본 종합연구소에 영입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일본항공(JAL) 등 대기업의 구조조정에 최근 일본 당국은 직접 나서고 있다.

▲기업재생지원기구 등을 통해 정부가 주도적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공평하게 구조조정이 진행되도록 하기 위함이다.

―일본도 대외개방을 통한 일자리 창출 정책이 논의되나.

▲한국은 FTA에 적극적인데 과거 아시아에서 개방을 리드하던 일본이 도리어 뒤지고 있다. 일본 경제계는 최근 한국처럼 FTA를 다른 나라와 자주 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일본이 한국을 부러워하는 점은 외교통상부가 주도적으로 FTA를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본의 경우 이해관계가 있는 4개 부처 간 이견이 커 FTA가 잘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외교담당과 농림수산 등이 갈등이 있다.

―한국에선 은행권 M&A를 통한 금융권 재편론이 일고 있다. 과거 일본은 부동산 버블이 꺼진 후 은행권의 대대적인 재편을 경험한 바 있다. 만약 일본 은행들이 당시 M&A를 안 했더라면 어떻게 됐겠는가.

▲은행 M&A는 고객을 위한 것이다. 일본 금융권이 고객이 요구하는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한 은행 간 M&A를 안 했더라면 금융 분야 마케팅시장에서 은행들이 졌을 것이다.

일단 M&A 속성상 한곳에서 은행 간 M&A가 성사되면 다른 곳에서도 상대적으로 위기감을 느끼게 되고 나머지 은행도 합병하게 된다. 이른바 '도미노 M&A'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은행은 M&A를 통해 수익력 향상 효과가 가장 크다. 또 리테일 분야에 개인 고객 기반 확보에서도 큰 효과가 있다. 또 은행 간 합병하면서 경영기반이 강화되고 금융지주화가 강화되면서 은행, 증권, 보험 등이 그룹화될 것으로 보인다.

―M&A로 은행들이 더 많은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한국의 은행권 M&A 전망을 한다면.

▲은행산업은 그동안 완전경쟁에서 정부에 의해 보호된 측면이 있다. 타 산업과 동등하게 변화의 필요성을 요구받기 시작할 것이다. 일본의 경우 결국 시중은행은 메가뱅크가 되고 나머지 지방은행만 남는 형태로 M&A가 진행됐다.

―올 들어 한국은 조선업체 10여개사와 해운업체 40여개사가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및 법정관리에 들어가거나 폐업하는 등 조선업계가 최악의 불황을 겪고 있다. 과잉투자 탓에 회복도 쉽지 않다. 일본 조선업계의 위기 극복 사례는.

▲일본 조선업은 금융위기에서도 한국과 달리 별 영향이 없었다. 그동안 생산량을 많이 늘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과거 조선업 과잉공급과 수없는 조선업 부실을 경험한 일본의 경우 조선사들이 항공우주 분야, 환경 에너지 분야로 수익구조가 다변화돼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예컨대 일본의 대표적 대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의 경우 IHI라는 계열 조선사가 있다. 그러나 조선업 비중은 20%뿐이다. 업무 다각화를 통해 조선업 불황이 올 경우를 대비해 비행기 등 항공분야. 쓰레기 소각 등 환경관련 산업, 에너지재생산업 등 녹색성장산업을 통해 다변화된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됐다.

또 컨테이너, 벌크선, 액화석유가스(LPG), 자동차전용선 등의 분야로 조선사들이 전문화돼 서로가 주력이 아닌 분야는 위탁해서 생산해 왔기 때문에 경쟁력이 강해졌다.

―끝으로 하토야마 정권의 경제정책 특징은.

▲2001년 고이즈미 정권 때는 우정사업부 민영화, 정부기관 축소, 복지관련 예산 삭감, 재정 확대 등 시장친화적인 정책을 해왔다. 결과적으로 재정적자가 확대되고 후생복지가 악화되며 소득 양극화만 벌어졌다.

비정규직 문제나 일하는 신빈곤층을 일컫는 워킹푸어(Working-Poor)라는 계층도 생겨나 현 정권까지 문제가 번지고 있다. 더구나 고이즈미 정권 당시 개선될 것으로 믿었던 성장률도 오히려 비참하게 떨어졌다.
고이즈미 정권이 신자유주의를 맹신한다면 하토야마 정권은 신케인스학파처럼 '인간을 위한 경제사회'를 목표로 내걸고 있다.

/powerzanic@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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