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은행 1인 지배체제’/강두순기자

      2010.02.07 17:44   수정 : 2010.02.07 17:44기사원문
금융당국이 '은행권 성과보상체계 모범규준'을 통해 시중은행들에 경영진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을 수립해 운영하라고 주문한 것을 두고 관치 논란이 재현될 조짐이다.

이번 주문은 현재 경영을 맡고 있는 최고경영자(CEO)의 갑작스러운 부재 시 리더십 공백으로 인한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예측 가능한 차기 후보군을 준비해두라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능력 있고 전문성 있는 임원 후보를 미리 육성해 신임 경영진을 인선할 때 인물난을 겪지 않도록 하는 동시에 현직 은행 CEO의 독선적인 경영도 견제하자는 뜻도 포함돼 있다.

금융당국은 모범규준 이행 현황을 점검해 경영 실태평가에 반영하고 따르지 않는 은행은 불이익을 받게 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두고 은행권 일각에서는 감독당국이 은행의 후계 문제까지 왈가왈부하는 것이 자칫 경영 자율성을 해치는 과도한 개입으로 비춰질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번 문제는 최근 KB금융 종합검사 사태 등을 통해 촉발된 일련의 관치 논란과는 조금 다른 시각으로 볼 필요가 있다.


국내 은행의 CEO 1인에 대한 과도한 의존 문제는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고 은행권에서도 문제점을 공감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은행 간 합의하에 마련된 자율기준에 경영진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 마련 부분이 포함됐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주요 글로벌 은행과 기업들이 체계적인 경영권 승계 프로그램을 만들어 시행 중이라는 건 잘 알려진 부분이다. 반면 한국 은행권 CEO들은 후계자 육성이 내 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는 잘못된 생각 때문에 소홀했던 게 사실이다.
CEO의 갑작스러운 퇴진 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리스크로부터 투자자와 회사를 지키기 위해서 이들을 움직일 수 있는 좀 더 강제력 있는 조치가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dskang@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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