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장 퇴직연금,수익률은 기대이하
2010.02.16 06:25
수정 : 2010.02.15 20:24기사원문
1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등 대기업의 신규 가입이 늘면서 적립 규모 14조원을 넘어서는 등 퇴직연금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특히 올 연말까지 퇴직신탁 및 퇴직보험제도가 폐지되고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하지만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퇴직연금시장의 양적 성장에 비해 질적 성장률은 아직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정희수 수석연구원은 "지난 2008년 평균 3.3%의 수익률을 보이던 퇴직연금은 지난해 2배 상승한 6.7%까지 상승했지만 코스피 상승률인 49.7%와 5%대 후반인 회사채 수익률(AA-, 3년)과 비교해 보면 퇴직연금 수익률은 상대적으로 낮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퇴직연금 수익률이 낮은 원인으로 제도유형별 운영 방식이 지나치게 제한적이고 원금보장형 상품 투자 및 권역별 주력 상품에 대한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점 등을 꼽고 있다.
현재 퇴직연금은 근로자의 노후자금이라는 중요성 때문에 안정적 운용에 초점을 맞춰 자산 운용을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확정기여(DC)형의 경우 주식 편입비중인 높은 자산에 투자를 전면 금지하고 있고 확정급여(DB)형도 주식 및 주식형 펀드의 투자 비중 30% 이내, 혼합형 펀드 및 고위험 채권펀드의 투자 비중이 40% 이내로 제한되어 있다. 퇴직연금 사업자들은 끊임없이 주식 투자 비중을 높여줄 것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지만 이뤄지지 않고 있다.
2007년 69%였던 원리금보장형 상품 비중은 2009년 86%로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말 퇴직연금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원리금보장형 상품 비중이 적었던 증권사들마저 안정성을 중시하면서 수익률 하락을 부추겼다.
실제 원리금보장형 상품의 비중이 축소된 DC형의 경우 수익률이 큰 폭으로 개선됐지만 원리금보장형 상품 비중이 증가한 DB형은 수익률이 소폭 개선됐을 뿐이다.
여기에 85.8%에 이르는 은행의 예적금과 금리 확정형 상품 비중이 91.0%나 되는 보험사들처럼 퇴직연금 주력 상품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점도 수익률을 낮추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 주식 등 위험자산의 편입 비중이 높다. 또 가입자들은 경제 상황에 맞게 탄력적으로 운용하며 수익률을 극대화하고 있다.
정 연구원은 "퇴직연금 수익률을 제고하기 위해 적립금의 안정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가입자들이 운용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투자 대상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며 "가입자들도 퇴직연금 자산의 적립보다 운용에 관심을 더 가져야 하며 사업자들은 수익률 제고를 위해 다양한 투자대상을 편입시키는 등 분산투자를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hit8129@fnnews.com 노현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