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례씨,42년전 충남 청주서 헤어진 여동생 종순씨 찾아

      2011.01.09 16:43   수정 : 2011.01.09 16:43기사원문
“까르르 웃으며 도망가던 동생을 끝까지 쫓아 단단히 붙잡지 않았던 그 짧은 순간이 40년이 넘는 헤어짐으로 이어질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42년 전 헤어진 여동생 박종순씨를 찾고 있는 종례씨는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뒤를 돌아보며 골목 모퉁이로 사라지던 동생의 마지막 모습이 생생하게 기억난다”고 말했다.

실종 당시 종례씨 가족이 살았던 곳은 충남 청주시 내덕동이다. 아버지와 어머니, 오빠, 본인, 여동생 종순, 남동생 종국과 함께 살고 있었다. “아버지는 술을 마시면 어머니와 가족들을 닥치는 대로 때리셨어요. 지병이 있었던 어머니는 아버지의 폭행 때문에 병세가 더욱 악화되어 병을 고치기 위해 서울로 올라가셨어요.”

어머니가 서울에 가신 후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버지는 집에 잘 들어오지도 않으셨지만 결국 오빠와 두 동생을 보살피는 것은 자연스럽게 종례씨의 몫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근처에 살던 친척들이 도움을 주기는 했지만 다들 살기 어려웠던 때여서 빨래와 청소, 밥짓기 등 집안일부터 말썽꾸러기 동생들 챙기는 일은 아홉살 종례씨에게는 너무 고된 일이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날 종례씨가 큰어머니의 심부름으로 방앗간을 다녀왔는데 한 동네아주머니가 급하게 종례씨를 찾아 뛰어왔다고 한다. 동생들이 우물가에서 놀고 있는데 위험하다고 해도 말을 안 듣는다며 어서 가보라는 말에 서둘러 집에서 조금 떨어진 우물가로 뛰어가 보니 동생들이 아슬아슬하게 우물에 매달려 놀고 있었다고. 놀란 종례씨가 동생들의 이름을 부르며 뛰어가 겨우 남동생은 붙잡았지만 여동생 종순이는 잽싸게 몸을 꼬며 도망가버렸다고 한다.


“그게 마지막이었어요. 혼날까봐 무서웠는지 한번 힐끔 돌아보더니 그냥 내빼더라고요.”

종례씨는 여동생 종순이의 이름을 계속 불렀지만 집도 가까웠고, 근처는 종례씨와 동생들이 즐겨 놀던 곳이기 때문에 배가 고파지면 집으로 돌아오겠지 하는 생각에 남동생만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동생을 찾기 위해 컴퓨터 등에 소식도 올려보고 여러 기관에 도움도 청해봤지만 그동안 단한번의 연락도 오지 않았어요. 몇년 전에는 종순이와 헤어졌던 곳에 가보고 싶어서 아들과 함께 청주에 내려갔는데 남아있는 것이 거의 없더군요. 다만 어렸을 때 살던 곳에서 조금만 내려오면 큰 찻길이 나오고 그 앞에 커다란 성당이 있었는데 지금도 그 성당은 있더군요. 종순이도 그 성당은 기억할 거예요.”

지금은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셨다고 한다.
나이를 한 살, 두 살 먹을수록 더욱 여자 형제인 종순이가 보고 싶어진다는 종례씨는 “이제 가족은 오빠와 남동생, 저, 종순이 이렇게 넷뿐인데 대체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속절없이 흘러만 가는 세월이 야속하기만 합니다.”

/oon@fnnews.com문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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