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정 “엄마골퍼로서 제2 전성기 꿈꿔요”

      2011.01.10 18:29   수정 : 2011.01.10 18:29기사원문
“예전엔 모든 게 제 위주였지만 이젠 아들 위주가 됐죠. 아이를 낳으면서 체중이 많이 불었지만 표정이나 행동에 훨씬 여유가 생긴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공백이 좀 있었지만 앞으로 몇 년 더 활약하면서 건재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한 아이의 엄마가 돼 돌아온 ‘주부 골퍼’ 박희정(31·현대스위스저축은행).

중학교 2학년 때인 1994년 골프를 시작해 올해로 18년째. 지난 1998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데뷔한 데 이어 2000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로 건너가 통산 2승을 거둔 뒤 2006년 12월 동갑내기 장희택씨와 결혼해 2009년 6월 첫 아들 지웅이를 낳으며 공백을 가졌던 박희정은 국내 무대 복귀를 앞두고 한껏 부푼 기대감을 내비쳤다.

“많은 분이 아이를 낳고 은퇴한 걸로 알고 계시더라고요. 하지만 투어를 누볐던 습관 때문인지 하루아침에 골프를 그만둔다는 게 힘들었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국 대회에 출전했었어요. 만 1년반 동안 클럽을 손에서 놓으면서 시합감이 많이 없어졌고 출산으로 인해 예전만한 집중력을 유지하기도 쉽지 않아졌지만 다시 투어에 서게 돼 기분이 좋았죠. 앞으로 다시 몸을 만들어서 제2의 전성기를 만들고 싶어요.”

박희정이 미국이 아닌 국내 투어 활동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아들 지웅이 때문.

“지난해 미국 투어에 복귀하면서 아이와 떨어져 지내게 됐는데 친정어머니께 죄송하고 아이도 많이 보고 싶어서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아이와 조금이라도 시간을 보내려면 한국에서 활동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에 결정을 내렸어요.”

지난해 11월 열린 KLPGA 정규 투어 시드 순위전에 응시한 박희정은 까마득한 후배 사이에서 20위에 오르는 녹슬지 않은 실력으로 올 시즌 투어 카드를 획득하는 기쁨을 맛봤다.

“시드 순위전에서 열아홉살짜리 신인 선수들과 경기를 함께했는데 사실 ‘잘 버텼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둘째날까지 성적이 안 좋아서 마지막날 부담이 컸는데 시드를 얻게 돼 다행이었죠. 시드를 획득한 뒤 올 시즌 뭔가 멋진 활약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어요.”

시드전 통과 이후 경사도 겹쳤다. 지난해 말 현대스위스저축은행과 스폰서 계약을 맺으며 든든한 마음으로 올 시즌을 준비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1월 초 일찌감치 태국 치앙마이로 동계 훈련을 떠난 박희정은 체중을 줄이는 한편 라운드 감을 끌어올리기 위한 목표를 세우고 고된 훈련을 묵묵히 소화하고 있다.

2000년 미국 무대로 진출한 뒤 11년 만에 한국 투어 복귀를 앞두고 있는 박희정의 목표는 골프를 즐기면서 다시 우승컵을 차지하는 것.

“아마추어 때의 성공(호주 아마추어 대회 42승)을 바탕으로 일찍 프로로 전향했고 미국 투어에서도 2승을 거두긴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절실하게 골프를 했던 적은 많지 않았던 것 같아요. 오랫동안 우승을 못했기 때문에 우승을 하고 싶고, 만약 다시 우승을 한다면 감동에 북받쳐 눈물을 펑펑 쏟을 것 같아요.”

그 속에는 아들에게 자랑스러운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바람도 자리하고 있다.


“ ‘아이를 낳고 키워 봐야 철든다’는 이야기가 있듯이 저 역시 출산과 육아를 경험하면서 책임감이 많이 생긴 것 같아요. 다시 투어에 복귀하면서 아이에게 신경을 많이 못 써주는 미안한 마음을 성적으로 보여주고 싶습니다. 나중에 아이가 커서 ‘우리 엄마가 이렇게 열심히 살았구나’라는 걸 느낄 수 있게 열심히 뛰어야겠어요.”

/easygolf@fnnews.com이지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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