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인문학을 판다/김용근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

      2011.08.08 18:21   수정 : 2014.11.05 16:11기사원문
지난 7월 중순 발표된 애플의 금년도 2분기 실적을 보면 전년 동기 대비로 아이폰 판매 142%, 아이패드 판매 183% 증가 덕분에 매출 285억달러, 순이익 73억달러로 각각 82%, 125% 늘어났다. 2분기 매출액 영업이익률을 보면 애플은 32% 내외, 삼성전자 9% 내외, LG전자 1% 내외로 추정되고 있다. 애플의 거침없는 질주 속에 삼성전자는 그나마 선방하고 있고 LG, 노키아, 블랙베리 등은 엉거주춤한 사이에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의 타격을 받고 휘청거리고 있다.

애플은 그간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중 시가총액 1위를 유지하던 MS를 밀어내고, 지난해부터 IT황제로 당당히 등극했다. 애플은 무엇으로 이렇게 자신들도 놀랄 정도의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기술, 기능, 성능, 규격, 품질, 소프트웨어 등 제품과 서비스의 작동 요소들을 인문학적 가치와 의미로 엮어내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특히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경쟁력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을 실감하게 된다.
휴대폰은 통신 네트워크, 반도체 등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플랫폼, 애플리케이션 등 크게 4개 층으로 구성돼 있는데 과거에는 통신 네트워크, 하드웨어가 핵심 경쟁력 부분이었다면 아이폰이 나오면서 온세상과 연계된 애플리케이션 쪽으로 경쟁력 우위요소가 이동했다. 즉, 높은 이윤 창출의 엔진이 기술에서 인문학으로 옮겨진 것이다. 물론 기술은 핵심이고 경쟁력의 필수 요소다. 그러나 인문학이 스며 있어야 감동 상품이 되고 그럴 때 생산 원가 개념을 뛰어넘는 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애플이 실증하고 있다.

첫째, 애플은 음악, 비디오, 영화, TV쇼, 교육, 신문, 서적, 세상의 각종 아이디어와 스토리 등 인문학을 판다. 아이튠즈에는 일천 백만 곡 이상의 음악과 수천편의 영화, 그리고 방송이나 신문의 인기 오디오, 비디오, 시리즈 물인 팟캐스트(podcast)가 갖춰져 있다. 아이튠즈U에는 세계 유수 대학과 교육방송의 유익한 강의 내용이 35만건 이상 제공되어 무료 서비스되고 있고, 아이북스에 약 20만권 이상의 서적이 모아져 있다. 아이패드에는 다양한 교육용 앱이 제공되는 것은 물론이고 교육과 학습활동을 돕는 아이워크(iwork), 영화 제작법을 돕는 아이무비(imovie), 음악작곡, 연주, 녹음을 돕는 거라지밴드(GarageBand)가 서비스되고 있다. 또한 지난 6월 말 현재 앱스토어에는 개발자들이 올린 약 43만개(아이패드용 10만개 포함) 앱이 올라와 있어 약 150억건 이상의 다운로드가 이뤄졌다. 즉 애플은 기본적으로 디지털 세상의 세계 최대의 음반회사, 멀티미디어 회사, 출판사이자 교육서비스 회사이며 이를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아이클라우드라는 기기를 통해 팔 뿐이다.

둘째, 애플은 소비자가 좋아할 수밖에 없는 방식과 모양으로 판다. 애플 제품들은 인문학적 상품을 손 안에서 편하게 즐길 수 있게 하고, 색감과 형상은 예쁘고 깔끔하게 디자인돼 있고, 누구나 쉽게 조작할 수 있도록 핸들처럼 동그랗게 돌리면서 그림 같은 아이콘을 손가락으로 만지면 되도록 하였다. '버튼은 오직 하나'라는 원칙을 고수하며 사용설명서가 아예 없을 만큼 쉽게 만들어서 갓 돌 지난 어린애도 자기 좋아하는 것을 찾을 수 있게 하였다.

셋째, 애플은 iOS라는 독자 운용체제 바탕 위에 앱 개발자, 음악가, 작가 등 콘텐츠 제공자들이 자신들의 작품을 세상과 직접 거래할 수 있는 공생의 장터를 운용한다. 현재 애플에 계정을 개설한 열린 고객이 약 2억3천만명이나 되며 개발자들은 이들에게 판매한 수입의 70%를 가져가는데 현재까지 25억달러의 몫이 지불됐다. 인기 있는 백화점이나 마트처럼 공급자, 수요자가 많이 찾아와 서로 흥정하며 주고받는 장터가 기업의 핵심 자산이 됐다.


이와 같이 애플은 인문학 상품을 인간미 있는 손안의 모바일 기기와 공생의 장터를 통해 판매하면서 EMI 등 전통 음반회사들을 굴복시키고 휴대전화의 거물 회사들을 하루아침에 뒤집어 놓고 있다. 스티브잡스는 디지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인 픽사(PIXAR)를 키워 월트 디즈니가 이를 합병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어 동사의 최대 주주이기도 하다.
산업기술 강국인 우리나라도 정부, 기업, 연구소, 학계를 중심으로 인문학 융합에 매진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