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채용 트렌드 '스펙 붕괴'
2012.04.27 08:22
수정 : 2012.04.27 08:22기사원문
올해 상반기 대기업들의 채용전형에 스펙을 보지 않는 '스펙 붕괴' 현상이 뚜렷이 감지되고 있다.
27일 취업포털사들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2012 상반기 인턴을 채용하며 '오직 실력으로 승부할 H innovator를 찾습니다'라는 문구를 내걸었다. '학교·전공·학점·영어점수 입력 없는 입사지원서를 완성할 것'이란 미션도 덧붙였다.
실제로 현대자동차의 인턴 채용은 일부 부문을 제외하고는 학교, 전공, 학점, 영어점수를 입력하지 않아도 입사 지원이 가능하다. 그 대신 마케팅 부문은 따로 부여된 마케팅 과제에 대한 답변으로 지원서를 평가하고, 디자인 부문은 지원자 전원이 실기전형을 거쳐야 한다. 일반적인 스펙의 비중을 줄이고 실무능력과 전문성을 평가하기 위한 절차를 마련한 것이다.
SK텔레콤은 국내 기업 최초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만 '소셜매니저'를 채용한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소셜매니저란 SK텔레콤이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채널들을 직접 운영하는 SK텔레콤의 소셜부문 인턴사원. 채용에 학력, 영어점수 등 각종 스펙을 완전히 배제하고 SNS에 대한 이해도와 소통능력으로만 지원자를 심사한다.
즉 SK텔레콤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간단한 개인정보와 지원동기를 입력하고 회사 측이 제공하는 미션에 대해 SNS 사용자들의 참여(공유 또는 댓글)를 많이 이끌어내는 사람이 가산점을 획득하는 방식이다.
스카이는 세일즈 매니저 육성 프로그램인 'Vega Sales School' 참가자 모집에, 지원자의 역량을 증명하는 추천글과 동료를 추가(태그)할 수 있는 인크루트의 소셜이력서를 활용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CJ E&M 넷마블과 CJ게임즈 역시 상반기 인턴사원을 학력 제한 없이 모집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학력 등 소위 스펙보다 게임에 대한 열정 및 해당 업무영역에 적합한 전문역량 보유 여부를 선발 과정에서 가장 우선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 관계자는 "취업을 위해 스펙 쌓기에만 열중하는 구직자가 많지만 최근 스펙보다 회사가 희망하는 인재상에 부합하는 사람을 채용하는 일이 늘고 있다"면서 "기업 10곳 중 6곳은 스펙 등 자격조건보다 인재상 부합 여부만으로 합격시킨 지원자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최근 취업포털 사람인이 기업 인사담당자 26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기업 채용전문가들도 스펙보다 회사에 적합한 인재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람인의 조사 결과 '귀사는 스펙 등 자격조건보다 인재상만 보고 합격시킨 지원자가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61.3%가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재상 부합 여부를 판별하는 방법으로는 '면접 답변'(78.5%, 복수응답)을 첫 번째로 선택했다. 이 밖에 '이력서 항목별 기재 내용'(8.6%), '자기소개서 작성 내용'(8.6%), '인·적성 검사 결과'(1.8%) 등이 있었다. '기업이 가장 채용하고 싶은 인재 유형은 무엇일까'란 항목에는 전체 기업의 22.6%가 '어떤 일에도 열정적으로 뛰어드는 유형'을 1순위로 꼽았다. 열정형 인재는 직무에 대한 관심은 물론 애사심도 높아 회사와 함께 성장할 가능성이 커 선호하는 기업이 많다. 2위는 '업무, 조직 등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유형'(16.9%)이었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