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끝) 제2막 인생 설계하는 해외 퇴직자들

      2013.07.22 04:10   수정 : 2014.11.04 19:08기사원문


#. 미국 플로리다주 선시티는 서울 여의도의 4배 면적에 2만6000가구가 주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춰 4만2000명이 거주하는 '은퇴자의 도시'다. 델 웹사가 50년 전에 선견지명을 갖고 건설한 '은퇴자의 도시' 선시티 거주자 대부분이 시니어(고령층 은퇴자)다. 애리조나주립대학이 평생교육을 제공하고 골프 등 스포츠, 의료·상업·종교시설이 골고루 갖춰져 있다. 선시티는 골프, 목공예 등 레저·경제 활동으로 취미와 수익을 창출해 소비를 촉진하는 선순환 구조를 이룬다. 최근에는 선시티가 초고령화하면서 활기가 줄고 있어 새로운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미국은 은퇴자 커뮤니티가 발달해 인생의 경험을 나눌 자원봉사시스템과 세대 간 교류에 많은 관심을 보여 돌파구를 찾을 것으로 기대된다.


#. 한국의 주택공사 격인 일본 UR도시기구가 관리.운영하는 실버타운 '보나즈'는 20여년 전에 만들어진 일본 내 노인복지 시설의 효시로 인식된다. 연간 1회 건강진단, 월 4회 의료상담, 월 2회 영양상담 서비스가 제공된다. 이 시설은 입주하려면 약 3억원 이상의 입주금과 매달 300만~400만원가량의 관리비를 내야 해 경제적 여유가 있는 계층이 입주한다. 일본의 일반 시니어들이 커뮤니티를 이뤄 활동하는 '지역 케어 시스템'은 전역에 3900여개소가 퍼져 있다. 특히 요코하마의 지역케어 시설인 '라포르'는 50명이 넘는 자원봉사자가 시니어와 교류를 하며 쿠폰제를 시행해 지역에서 생활물품을 살 수 있게 했다. 어린이집 교사가 부족한 지역에선 경험 많은 시니어들이 교사로도 활동한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베이비붐 세대, 단카이 세대 등이 대거 은퇴하면서 퇴직자에 대한 복지제도를 발전시켰다.

특히 미국은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교육을 할 정도로 은퇴준비 교육이 보편화됐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지난 2006년 미국 종업원복지연구소(EBRI)는 은퇴 신뢰도 조사에서 근로자 48%가 1년 새 회사에서 은퇴교육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국내는 은퇴자의 3%만이 은퇴준비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 김혜령 선임연구원은 "미국 기업들은 근로자의 업무 몰입을 유도해 기업의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은퇴준비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면서 "근로자들의 재정이 안정된 상태에서 사내 금융교육 등을 통해 근로자들의 은퇴준비를 돕게 된다"고 말했다.

■해외 실버타운 등 활성화

은퇴준비가 체계적인 미국, 일본 등은 은퇴자의 도시, 실버타운, 요양원 등이 활성화돼 시니어들이 근로·봉사·노하우 전수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미국 빈티지공원 요양원에 따르면 미국 약 90만개 요양원 거주자의 평균 연령은 86.9세이며, 이 중 65세 미만도 11%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 실버타운 CCRC(Continuing Care Retirement Community)는 건강한 노인의 독립생활공간, 혼자 생활을 못하는 도움생활공간, 전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전문요양소, 치매요양시설, 퇴화된 기능을 회복하는 재활센터로 구성돼 2400여곳이 설립됐다. 또 향후 20년간 미국 4000개 대학 중 스탠퍼드, 듀크, 코넬대 등 10%는 평생교육을 원하는 은퇴자, 주거관련 사업자 등을 위한 대학실버타운을 운영할 계획이다.

시니어파트너즈 김형래 상무는 "미국 베이비부머들은 과거 세대와 달리 나이가 들수록 활발한 사회활동과 건강을 챙기는 등 다양한 수요를 창출한다"면서 "최근 5년간 시니어의 인터넷 사용도 급증, 65세 이상 53%가 사용하는 등 새로운 세상과 접촉, 교육 등도 적극적"이라고 밝혔다.

일본 은퇴촌은 은퇴자들에게 집수리·주거관리를 지원하고, 의료진과 비상연락망을 갖추고 사회적 교류를 활발히 하는 공동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시니어파트너스 김 상무는 "고령자들이 실버타운을 가면 보안·의료·냉난방, 가사노동에서 해방되며 레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면서 "노후준비·자녀 효도의 대체제가 되고 투자 효과도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고령 근로자 친화기업 늘어

해외에서는 고령자의 숙련된 경험과 노하우가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재고용, 근무연장, 근무환경 개선 등도 힘을 쏟고 있다.

회원 수 3800만명을 확보한 미국은퇴자협회(AARP)는 기업이 고령화된 노동 인력을 어떻게 배려하는가를 심사하는 '고령 근로자 친화 기업 대상'을 시행하고 있다. 국제부문 수상 기업은 독일 BMW 그룹과 일본 다이킨 인더스트리즈, 영국 막스앤스펜서, 브리티시텔레콤(BT) 등이 있지만 아직 국내 기업은 없다.

독일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빨리 고령화가 진행됐는데 BMW는 국가의 정년제도를 뛰어넘는 혁신으로 숙련 근로자들을 잡고 생산 효율성을 높였다.

BMW는 한 공장 생산설비의 위아래를 바꾼 구조로 만들어 숙련된 공장노동자의 업무 효율을 높였다. 또 자동차 부품에 표시하는 일련변호를 크게 찍어 노안의 노동자들도 쉽게 볼 수 있게 했다.

AARP 브래들리 셔먼 수석고문은 "BMW의 모델은 고령자 노동에서 혁신적인 변화를 일으킨 좋은 벤치마킹 사례다"라면서 "BMW는 숙련 기술자의 유출을 막고 생산비 절약·제품의 질 향상 효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김기석 팀장 김문호 박인옥 임광복 안승현 이정은 김호연 이유범 이승환 조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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