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패러다임 급속히 변화,투자자 니즈 적극 수용해야

      2014.01.01 16:04   수정 : 2014.10.30 18:35기사원문

우리 자본시장은 선진국에 비해 다소 늦은 1980년대 후반 이후 비약적으로 성장하며 세계 14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하는 원동력이 됐다. 그러나 요즘 우리 자본시장은 무척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 하루 9조원을 넘어섰던 거래 규모가 지난해에는 4조원대로 절반이나 줄었고, 기업이 증권시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도 3조원에 불과하다. 우리 증권시장의 미래에 대한 확신을 잃은 투자자는 투자처를 옮기고 있고, 자금조달 길이 막힌 기업은 대규모 투자를 할 엄두를 내지 못해 우리 경제 전체가 활력을 잃어가는 모습이다.

그동안 우리 증권시장의 버팀목이던 개인투자자의 이탈이 두드러지고 있다. 60%에 육박했던 개인투자자 비중이 40%가량까지 감소했다.
부동산시장 위축과 전세가격 급등으로 젊은 층은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운용할 여력을 잃은 상태다. 상대적으로 자금여력이 있는 중장년 투자자는 연금·보험 같은 안전자산 중심으로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특히 해외 주식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도 급증하는 추세다. 개인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수혈할 길이 막힌 기관투자가들도 소극적으로 대응하기는 마찬가지다.

시장침체가 이런 구조적 요인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앞으로 주가가 상승하더라도 시장이 다시 활기를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경제의 혈맥이자 국민 자산증식의 장인 자본시장이 하루빨리 활력을 찾기 위해서는 증권시장의 패러다임 변화를 분명히 인식하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무엇보다도 최근의 투자행태 변화에 맞게 인프라 정비가 절실하다. 과거 객장을 찾아 주문표를 작성했던 개인투자자는 대부분 인터넷이나 모바일 같은 최첨단 장비를 이용해 주문을 내고 있고, 기관투자가도 고도로 설계된 프로그램을 통해 투자의사를 결정하는 상황으로 바뀐 지 오래다. 투자자의 니즈를 외면한 시장이 도태될 수밖에 없는 글로벌 시장 간 경쟁환경을 생각한다면 첨단 거래기법을 수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조기에 구축하고 이에 맞춰 각종 제도도 재정비돼야 한다.

둘째, 우리 시장도 간접투자를 통한 노후자금 운용시대에 맞는 시장 활성화정책이 필요하다. 이제 개인투자자의 단기매매에서 나오는 수수료수입에 증권업계의 생존을 의지하던 시대는 지났다. 퇴직연금과 각종 연기금 자산이 전문투자자에 의해 운용되어 합리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그 수익을 투자자가 향유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셋째, 자본시장 상장상품에 대한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 자본시장은 더 이상 주식과 채권만의 시장이 아니다. 투자자는 다양한 형태의 투자수단을 요구하고 있고, 고도의 금융공학 발전으로 이에 대응할 수 있는 툴도 마련돼 있다. 투자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해 그 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우리 증권업계의 몫이다.

마지막으로 금융산업도 우리 경제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하나의 산업이라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금융투자산업은 기업의 자금조달을 지원하고 실물경제를 뒷받침하는 역할에 그치지 않고, 이제는 우리나라의 먹거리를 책임질 부가가치 창출 산업으로 육성해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


우리 자본시장도 가장 시장다운 모습을 갖췄을 때 그 국민경제적 역할을 제대로 행할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투자판단을 가진 다수의 투자자가 적극적으로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변화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이유다.
12년 전 말의 해였던 2002년 우리나라 축구가 세계 4강이라는 신화를 창조했듯이, 새롭게 맞이하는 말의 해인 2014년에는 우리 자본시장에서 새로운 신화가 창조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진규 한국거래소 부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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