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기업의 잇따른 금융결합.. 목적은 제각각

      2014.07.27 23:01   수정 : 2014.10.24 21:24기사원문
금융업에 진출하는 글로벌 정보기술(IT)업체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각사별 '동상이몽'전략이 펼쳐지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페이스북, 구글, 아마존, 알리바바 등 글로벌 IT공룡들은 물론 국내에서는 카카오가 결제, 송금 등 금융업 진출을 준비하고 있거나 이미 시행하고 있는 가운데, 각 사별로 금융업 진출 목적은 △자사 제품 구매율 확대 △모바일 광고시장 공략 △플랫폼 입지 강화 △본격적 금융업 진출 등 상이한 것으로 분석된다.

■IT기업, 결제에서 은행 설립까지

25일 금융 및 IT업계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모바일 광고로 올해 2·4분기 매출이 29억1000만달러(약 2조9949억원)라는 기대 이상 매출을 기록했다. 페이스북을 한달에 한번 이상 이용한 사용자(MAU)는 13억2000만명인데 이 가운데 10억7000만명이 모바일로 접속했다. 덕분에 페이스북은 광고수입 가운데 62%를 모바일에서 벌어들였다.

이 기세를 이어가고자 페이스북은 최근 모바일 광고 부문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결제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용자가 광고 페이지를 클릭해 곧바로 물건을 살 수 있는 구매(Buy) 버튼을 일부 미국 중소기업과 시험하고 있는 것이다. 이용자는 이 버튼을 이용해 외부 사이트로 나가지 않고 페이스북 내에서 구매까지 완료할 수 있다. 이는 광고주 입장에서도 고객 이탈율을 낮춰 이득이 될 수 있는 상생 모델로 각광받고 있다.

이외에도 이미 페이스북은 지난 5월부터 유럽에서 페이스북 친구끼리 전자화폐를 주고받고 국외 송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아일랜드에서는 e머니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아마존도 지난달 결제사업에 본격 진출하면서 전세계적 관심을 받은 바 있다. 아마존은 아마존 계정에 저장된 신용카드 정보를 이용해 곧바로 온라인 결제로 이어지는 아마존 페이먼츠 서비스를 선보였다. 아마존 계정이 있는 회원은 아마존을 비롯해 아마존과 제휴를 맺은 웹사이트에서 바로 '아마존으로 지급하기(pay with Amazon)' 버튼만 누르면 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 아마존을 이를 통해 결제 수수료 외에도 쇼핑 편의성을 높여 자사 제품 구매율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페이스북이나 아마존과 달리 알리바바, 텐센트 등 중국 IT기업들은 은행을 설립하고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등 본격적인 금융업에 진출하고 있다. 먼저 텐센트는 지난 25일 중국 은행감독관리위원회로부터 광둥성 선전에 세울 위뱅크(Webank) 설립 신청을 승인받았다. 위뱅크는 향후 개인소매 금융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기업금융을 전문으로 할 예정이다. 알리바바도 지난해 6월 머니마켓펀드(MMF) 상품 위어바오를 선보이며 출시 9개월만에 5000억위안(약 83조 원) 가량의 자산이 몰리기도 했다.

■한국의 'IT+금융' 결말은

이처럼 IT기업이 궁극적으로는 은행을 설립하고 금융상품을 출시하는 등 본격적인 금융업에 진출하고자 하는 사례도 있지만 국내의 경우 상황이 여의치 않다.

특히 오는 9월 국내 14개 은행이 참여해 선보일 뱅크월렛 카카오(카톡 뱅크)의 경우 규제 일변도인 국내 금융환경 탓에 제한적인 금융 사업을 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카톡뱅크의 사업모델은 카카오톡을 통해 송금 및 현금 인출을 하는 것이며, 하루 최대 50만원을 충전가능하고 이체 한도는 10만원이다.

카톡뱅크는 글로벌 IT기업들에 비해 금융업 진출이 다소 늦은 편이다. 카카오는 게임 플랫폼으로 큰 수익을 거두고 있지만 최근 게임 플랫폼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새로운 분야의 플랫폼 개척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특히 페이스북, 아마존과 같이 자사 매출 상승을 목적으로 하거나, 알리바바 텐센트 같이 직접적인 금융사업이 진출이 아닌 상황에서 카카오가 금융업에 신호탄을 날린 것은 게임, 커머스, 음악을 넘어 다양한 업종에서 플랫폼으로써 헤게모니를 장악해 나가겠단 것으로 풀이된다.

카톡뱅크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은 당장은 규제 등 한계로 인해 금융권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엔 어려움이 많을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한국증권 홍종길 연구원은 "카카오의 뱅크월렛 시장 진출을 두고도 은행권에서는 이미 자신들이 하고 있는 서비스가 있기 때문에 시장을 나눠가져야 한다는 부정적 인식이 있다"며 "국내 IT업체들도 섣부르게 금융업에 진출했다가 각종 규제 덫에 걸려 회사에 더 안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금융연구원 서병호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전자금융 및 IT기업의 은행업 진출과 관련된 규제가 엄격하기 때문에 외국과 같은 정도의 파급효과가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파급효과가 커질 것이라고 보는 의견도 있다.
광운대 과학기술법학과 권헌영 교수는 "카톡뱅크를 금융 플랫폼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게 되고, 규제 이슈를 점차 해소해 나간다면 카카오의 금융업계 영향력은 점차 확대될 것"이라고 나다봤다.

pja@fnnews.com 박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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