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와 정명훈의 소망

      2014.09.10 15:27   수정 : 2014.09.10 15:27기사원문

마에스트로 정명훈(61)은 한국이 자랑하는 세계 음악계의 거장이다. 지금은 명지휘자로 수많은 음악 팬들의 존경과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지만 그가 국제 무대에 이름을 떨치게 된 것은 1974년 7월에 열린 차이코프스키 국제 콩쿠르 피아노 부문 2위에 입상하면서부터였다. 공산당 통치 하의 옛소련 모스크바에서 '철의 장막'을 뚫고 날아 온 낭보에 대한민국은 감격했다. 그를 태운 차량이 김포공항에서 서울시청까지 카퍼레이드를 벌이는 동안 시민들은 뜨거운 박수로 환영했고 박정희 대통령은 만찬으로 격려하기도 했다.

지휘자 타이틀에 가려진 정명훈의 다른 얼굴 하나는 기부 천사다. 재능 나눔을 통해 소외된 이웃, 어려운 청소년을 돌보고 키우는 '키다리 아저씨'다.

그것도 혼자가 아니라 아들 정민씨(30)와 함께 하는 부자(父子) 기부천사다. 이들 부자의 재능 기부는 부산 마리아수녀회가 운영하는 '소년의 집' 청소년 관현악단(설립자 알로이시오 슈왈츠 신부의 이름을 딴 '알로이시오 오케스트라')을 통해 이미 여러 차례 아름다운 꽃을 피워냈다.

소년의 집 중·고생과 일부 졸업생으로 구성돼 1979년 첫선을 보인 이 오케스트라는 정명훈-민 부자와 만난 2007년부터 이들의 지도와 관심 속에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왔다. 국내는 물론 미국 카네기홀(2010년 2월) 등 세계적 명성의 무대에 꾸준히 오르며 그동안 갈고닦은 기량으로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다. 크고 작은 음악회의 귀한 손님이 된 것은 물론 공익광고에도 출연할 만큼 명성도 높아졌다.

마에스트로 정명훈이 10일 값지고 보람 가득한 일을 또 하나 해냈다. 파이낸셜뉴스와 미라클 오브 뮤직이 예술의 전당에서 공동주최한 아시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2014(APO 2014)공연에서 지휘봉을 잡은 데 이어 피아니스트로 협연도 한 것. 음악을 통해 아시아 국가들이 더 가까워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가 1997년 창단한 APO는 아시아 최정상급 연주자들이 모여 이웃 간의 화합을 기원하는 것이 큰 특징이다.

"한·일 관계가 많이 악화됐지만 음악을 통한 화해가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는 파이낸셜뉴스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악기가 모이게 되면 누가 한국인인지, 일본인인지 잊게 된다"며 "음악은 언어도 필요 없고 음악으로 다 통하고 한마음이 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명훈의 소망이 틀어진 한·일 관계를 바로잡는 명약이 된다면 정말 좋겠다.

tanuki2656@fnnews.com 양승득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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