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부산광역시 영도구 '조내기 고구마'

      2014.10.20 13:42   수정 : 2014.10.20 17:10기사원문

"사람들이 저보고 고구마에 미친 아지매(아주머니)라고 부른다 이말이지예."

30년째 이어진 고구마 사랑으로 우수 마을기업 '조내기 고구마'를 일궈낸 황외분 대표(53) 같은 사람이 우리나라에 또 있을까 싶었다.

조내기 고구마는 2013년.2014년 연속 안전행정부마을기업에 선정됐다. 지난 10월에는 전국 우수마을기업 10곳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황 대표의 열정 덕분이다.

■무농약 친환경 재배로 승부

지난 17일 황 대표와 함께 영도구 청학동에 자리 잡은 1만3000㎡의 넓은 고구마밭을 찾았다. 한눈에 전부 바라보기 어려울 만큼 넓은 밭을 황 대표는 6명의 직원, 10여명의 일당 근로자들과 함께 꾸려가고 있었다.


황 대표는 "제가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며 땅 주인이 바로 옆에 붙어 있는 2만㎡(6000평)를 추가로 사들였습니다"라며 언덕 너머를 가리켰다. 고구마밭은 내년에도 더욱 넓어진다.

농장 바로 옆 컨테이너 사무실로 이동하는 중에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한두 개도 아닌 거의 대부분의 고구마 잎에 구멍이 뚫려 있었던 것이다.

무농약 친환경 재배 원칙을 고수한 덕분에 벌레들이 많이 서식하고 있어서 벌어진 현상이다. 황 대표는 "썩은 고구마 줄기와 닭똥 거름으로만 고구마를 키워요. 그래도 고구마가 모두 튼튼하게 잘 자라기만 합니다"라며 구멍난 잎을 들춰 보였다.

사무실엔 각종 고구마 제품이 한가득 쌓여 있었다. 황 대표의 '조내기 고구마'는 현재 고구마를 이용한 캐러멜, 젤리, 초콜릿 등 가공식품과 고구마 분말, 순수 우리밀로만 만든 국수 등을 판매하고 있다. 이런 제품들은 어느날 갑자기 개발된 것이 아니었다. 황 대표가 스스로 고구마를 활용해 여러 실험을 해온 30여년의 세월이 축적된 삶의 내공의 결과다.

■꾸준한 제품개발의 원동력

황 대표는 지난 1983년 부산 동래구에서 영도구로 시집을 오면서 고구마를 활용한 각종 먹을거리 개발을 시작했다.

남편의 건축자재 회사에서 일하는 인부들 간식을 내준 것이 출발이었다. 저렴한 가격에 여러 사람의 배를 채울 수 있는 것은 고구마뿐이었다. 하지만 인부들은 삶은 고구마를 며칠 만에 '물린다'며 먹다 남기기 일쑤였다.

"그래서 고구마 연구를 시작했던 것 아닙니까. 어떻게 요리하면 고구마를 잘 먹을 수 있을까 매일 고민했지예. 말려보고, 튀겨보고, 꿀도 발라주고, 커피에도 찍어보고…." 1980년대 시절을 회상하며 황 대표는 고구마를 재료로 했던 각종 음식을 줄줄이 읊어냈다. 그렇게 황 대표는 고구마를 활용한 간식에서부터 묵과 수제비 등 식사 반찬까지 만들게 됐다.

가족과 회사 인부들의 먹을거리를 책임져야 한다는 의무와 함께 고구마에 대한 흥미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황 대표는 "저도 어떻게 그렇게 했나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고구마에 미쳤다고 하는 게 맞는 말 아닐까예"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흥미와 애정이 뒷받침돼서일까. 황 대표는 지금도 제품 개발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이건 우리만 개발할 수 있는 거지요"라며 고구마 분말을 입힌 쌀의 시제품을 내보였다.

그간 소규모 경작지를 일구던 황 대표는 3년 전부터 현재의 청학동 땅에서 고구마를 재배하고 있다. 지역에서 '고구마 아지매'로 소문이 난 황 대표를 영도구청이 땅 소유주와 연결해준 덕분이었다. 이후 지인의 소개로 안행부의 마을기업 사업에 지원하고 선발돼 우수마을기업으로 성장하기에 이르렀다.

황 대표가 꿈꾸는 미래가 갑자기 궁금해졌다.
그는 주위 사람들과 함께 즐겁게 지낼 수 있는 고구마 농장을 꿈꾸고 있다.

"돈 생각하면 벌써 그만뒀겠지예. 다 좋아서 하는 일입니다.
깨끗하게 키운 고구마로 제품을 만들어 팔고, 농장에는 어린 학생들이 현장체험학습을 하고, 또 연말에는 국수로 복지시설에 기부도 할 겁니다. 얼마나 좋습니까."

ktitk@fnnews.com 김태경 김종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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