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프레임'의 덫

      2015.02.05 17:19   수정 : 2015.02.05 22:01기사원문

우리는 태어나자마자 도덕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교육을 받는다. 그래서 착하고 바르게 사는 것을 항상 정의로운 것으로 받아들인다.

실제로 각 개인이 도덕적인 삶을 살지 못하더라도 도덕적인 명분에 감히 도전하거나 반대하는 일을 공공연히 할 수 없게 된다. 소위 '정의(Justice) 프레임'이다. 그러나 정의 프레임이 꼭 바람직한 건 아니다. 정의 프레임의 덫에 걸리면 세상을 보는 시각이 '정의'냐 '부정의'냐의 이분법으로 함몰된다.



우리 사회를 둘러보면 환경보호를 강조하는 환경문제, 성매매를 금지하는 성매매특별법, 최근 쟁점이 되고 있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등이 반대의견을 감히 낼 수 없는 '정의 프레임'의 문제와 연결된다.

이들이 표방하고 있는 대의명분이 옳기 때문에 감히 나서서 반대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정책을 결정하게 되는 여론시장에는 찬성하는 목소리만 커지고 반대하는 목소리는 점차 작아지면서 소멸해 간다.

집단 구성원의 대부분이 마음속으로는 어떤 규범을 부정하면서, 다른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규범을 수용하고 있다고 잘못 생각하는 소위 '다원적 무지'가 발생하는 것이다. 또 고립의 두려움 때문에 자기 의견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여론에 대세에 동조화하는 '침묵의 나선' 현상도 생긴다. 모두 커뮤니케이션의 독과점 구조다.

정책 수립에 앞서 공공영역에서 활발한 토론이 이뤄져야 정책 실패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정책에 대한 실효성 및 부작용에 대한 섬세한 검토 없이 추진된 정책은 결국 사문화되거나, 실효성이 사라지면서 정책의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만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여권의 분열상도 '정의 프레임'과 여론 형성의 독과점 구조로 설명해보면 지나칠까. 제왕적 대통령제를 권력구조로 채택하고 있는 한국은 대통령 집권 초기 대통령의 생각과 말 한마디는 바로 정의가 된다. 대통령의 언급 한마디가 금과옥조가 되어 '정의'로 받아들여진다. 이를 반대하는 어떤 의견도 '부정의'가 된다. 그러나 이런 과정에서 태동된 정책은 정책 추진이 신속하게 이뤄지는 장점이 있지만 이것이 반드시 바람직한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정책수요자에 대한 영향과 부작용 등이 세밀하게 분석되지 못하면서 많은 경우 과잉정책이 되거나 실효성 없는 정책이 되고 만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한다. 그러나 정의 프레임은 불행히도 디테일을 준비하는 걸 막아버리는 측면이 있다.

박근혜정부의 경우도 집권 이후 당청 간에 증세와 복지, 개헌 논의, 국정운영 방식에 대한 광범위한 토론이 충분히 이뤄지지 못한 채 청와대에 의해 일방 추진됐다. 이것이 대통령의 리더십을 불통과 권위적 리더십으로 비쳐지게 했다.

'세월호 참사'로 집권 2년차를 사실상 잃어버린 청와대로서는 집권 3년차인 올해 국정성과를 내기 위해 확 밀어붙이고 싶겠지만 마음을 잘 달래야 할 것 같다. 당을 장악한 '비박계'가 마치 의원내각제인 것처럼 국정을 좌지우지하려는 게 보기 어렵겠지만 '비박'의 존재를 인정하고 설득하는 리더십을 더 키워야 할 것 같다.

그래야 야당과 국민도 설득할 수 있다. 좋은 약은 입에 쓰나 병에 이롭다.
청와대의 설득적 리더십이 필요한 때다.


seokjang@fnnews.com 조석장 정치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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