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FTA, 中 내수시장 선점 기회

      2015.03.08 16:34   수정 : 2015.03.08 16:34기사원문

"우리나라는 땅이 넓고 물산이 풍부(地大物博)하니 그대들과 교역할 이유가 없다."

1793년 중국과 교역확대를 위해 조지 3세의 친서를 들고 건륭제(乾隆帝)를 만난 매카트니 영국 특사는 이 말 한마디에 아무 성과 없이 발길을 돌려야 했다. 당시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고, 거의 모든 산품에서 절대우위를 점하고 있던 중국에 시장개방은 국부를 유출하는 행위였다. 이후 아편전쟁으로 시작해 서구에 강제로 시장을 개방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던 중국은 1970년대까지도 시장개방에 대해서는 폐쇄적인 정책을 고수해 왔다.

현재 중국은 어떠한가? 1980년대 개혁개방, 1992년 한·중 수교 등을 거쳐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오른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세계에서 가장 성장속도가 빠르고 거대한 '세계의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현재 중국은 인구 약 14억명에 1인당 GDP가 7000달러이며 2020년에는 1만달러, 2030년에는 2만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구매력 증가와 이에 따른 내수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은 중국을 세계 각국 기업들이 치열히 경쟁하는 각축장으로 바꾸어 놓았다.

여기서 우리 국민이 잘 모를 것 같은 퀴즈를 하나 내볼까 한다. "중국 수입시장 점유율 1위 국가는 어디일까?" 많은 사람들이 미국·일본·독일 등 주요 선진국 이름을 떠올리겠지만, 정답은 바로 우리나라 '대한민국'이다. 우리나라는 2013년 일본을 제치고 '중국 수입시장 점유율 1위' 국가로 부상했으며 2014년에도 일본(8.3%)·미국(7.8%)·대만(7.7%)을 제치고 당당히 1위(9.7%)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창업보다 수성이 어렵다(易創業, 難守成)'는 말처럼 치열한 경쟁 속에 점유율 1위를 지키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다. 우리의 경쟁 상대인 대만이 중국과 '양안 자유무역협정'으로 불리는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을,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중국과 투자협정 협상을 진행하고 있어 여유 부릴 틈은 더욱 없다. 승부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먼저 '게임의 룰'을 유리하게 만들어야 한다.

다행히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작년 11월 실질 타결에 이어 금년 2월 가서명이 완료됨으로써 우리는 거대한 중국 내수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하게 되었다. 정부는 생활가전, 패션, 영유아용품, 의료기기 등 중국의 미래 유망품목 중심으로 시장 개방에 주력했고 48시간 통관 원칙, 주재원 체류기간 확대, 지재권 보호 강화 등 비관세장벽 해소를 통해 우리 기업들의 중국 시장 진출에 유리한 룰을 만들었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것은 한·중 FTA라는 룰을 적극 활용해 중국 수입시장 점유율 1위를 계속 유지하면서 우리의 제2 내수시장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금년 상반기 중 한·중 FTA 활용 및 효과 제고를 위한 종합대책을 만들어 우리 기업들의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한 정보제공 활동을 한층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우리 내수기업이 중국을 고급·안전 농수산물 수출 시장으로 활용하고, 혁신·융합제품 수출을 위한 틈새 시장을 모색하는 등 창조적인 발상을 할 수 있도록 경쟁력 강화방안도 마련할 것이다.


한국 경제를 배라 하면 한·중 FTA는 거대한 기회의 바다다. 이제 이 바다에서 우리 경제를 어떻게 이끌어 나갈지 기업과 정부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어렵사리 마련된 소중한 기회인 만큼 조속한 발효를 통해 중국 내수시장을 우리 경제의 성장촉진제와 산업의 체질개선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문재도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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