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콴유 前총리는 우리 시대 지도자" 朴대통령, 폭우속에서 마지막 배웅
79년부터 시작된 인연에 4시간여 국장 현장 지켜
동남아 정상들 대거 참석 美, 클린턴 前대통령 보내
박근혜 대통령은 29일 오후 싱가포르의 국부인 리콴유 전 총리의 국장에 참석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싱가포르 국립대학 문화센터에서 거행된 리 전 총리 장례식에 참석하고, 리 전 총리의 아들 리셴룽 현 총리 등 유족을 위로했다. 박 대통령이 국외 정상급 지도자의 장례식에 직접 참석한 것은 취임 후 처음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지난 2000년 6월 오부치 게이조 전 일본 총리 장례행사에 참석한 이후 우리나라 정상이 국외 정상급 지도자 장례식에 참석한 것은 15년 만이다.
이날 새벽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내린 박 대통령은 짧은 휴식을 취한 뒤 오후 12시50분께 장례식장에 도착, 본행사와 리셉션을 포함해 4시간15분간 행사장에 머물면서 리 전 총리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켰다.
박 대통령은 조문록에 "리콴유 전 총리는 우리 시대의 기념비적인 지도자(a monumental leader of our time)였다"며 "그의 이름은 세계사 페이지에 영원히 각인될 것(His name will remain forever engraved in the pages of world history)이고, 한국민은 리 전 총리를 잃은 슬픔을 싱가포르의 모든 국민과 함께할 것"이라고 영문으로 쓰고 서명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이번 국장에 동아시아정상회의(EAS) 회원국 등 18개국을 초청했으며, 박 대통령을 비롯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리위안차오 중국 국가부주석,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토니 애벗 호주 총리, 러시아의 이고리 슈발로프 제1부총리, 영국 윌리엄 헤이그 보수당 하원대표 등이 참석했다.
박 대통령은 조문록 서명 전 캄보디아 훈센 총리, 인도네시아 조코 위도도 대통령, 미얀마 테인 세인 대통령 등과 잠시 인사를 나눴고 조문록 서명 후 장례식장에 입장해 존스턴 캐나다 총독, 메이트파레 뉴질랜드 총독과 인사 후 자리에 앉았다.
이어 왼쪽에 자리한 이스라엘 레우벤 리블린 대통령과 오른쪽에 앉은 미얀마 테인 세인 대통령과 잠시 환담을 나누기도 했다.
아베 총리는 박 대통령이 착석한 자리의 하단 줄에 다른 정상급 인사들과 앉아 장례식을 지켜봤다.
이날 장례식은 폭우가 내리는 가운데 진행됐다.
싱가포르 국회의사당에 안치됐던 리 전 총리 운구는 시청, 파당광장, 싱가포르 콘퍼런스홀 등 시내 중심가를 돌아 장례식장까지 15.4㎞를 이동하며 싱가포르 국민과 마지막 작별 인사를 나눴다. 연도에 늘어선 시민들은 비를 맞으며 '리콴유'를 외쳤고, 일부 시민들은 꽃을 던지며 리 전 총리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국장은 리셴룽 총리를 시작으로 토니 탄 대통령, 고촉통 전 총리, 옹팡분 전 장관 등 10명이 추도사를 낭독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리 전 총리는 싱가포르가 영국 식민지였던 1959년 자치정부 총리를 지냈다. 싱가포르가 1965년 말레이시아 연방에서 탈퇴한 뒤 초대 총리로 취임해 25년간 집권했다.
일요일인 이날 쇼핑, 외식업계도 대목이었지만 메트로, 탕스 등 시내 일부 대형 상가는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문을 닫았고 추모객의 교통 편의를 위해 대중교통도 연장 운행에 들어갔으며 동남아 최대 카지노업체 중 하나인 젠팅싱가포르는 장례식이 열리는 이날 오후 2시부터 4시간 동안 카지노 영업을 중단했다.
싱가포르민간항공국(CAAS)과 경찰도 이날 오전 11시~오후 6시 운구 행렬 상공에서 소형 무인 항공기의 운항을 금지하고 이를 어기면 최고 3200만원의 벌금과 최장 15개월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의사당과 전국 18곳에 설치된 추모소에는 전날까지 150만명이 넘는 추모객이 찾아 리 전 총리를 애도했다.
한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전날 보아오포럼에서 리 전 총리에 대해 "리 선생은 국제사회의 존경을 받는 전략가이자 정치가로 아시아의 평화와 발전, 아시아와 세계의 교류와 협력에 큰 공헌을 했다"면서 "리 선생을 비롯한 아시아의 평화 발전에 기여한 모든 선현들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정인홍 기자 김홍재 베이징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