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고리대 늪에서 여전히 '허덕'

      2015.04.21 17:07   수정 : 2015.04.21 17:07기사원문
청년 햇살론 등 도입 불구, 높은 자격요건에 진행률↓ 전환대출 확대 등 개편要


#.서울의 한 사립대학교에 다니고 있는 A씨는 매달 25일이 가까워오면 숨이 막혀온다. 한 대부업체를 통해 빌린 생활비 150만원과 연금리 40%에 이르는 이자를 갚을 여력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24개월 원리금 분할상환 방식을 통해 매달 11만원 가량을 납입해 오고 있지만, 최근들어선 연체되는 일도 잦다. 하루라도 연체가 되는 날에는 이자에 이자가 불어나 감당이 안된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A씨는 정부에서 지원하는 저금리 전환대출 상담을 받아봤다. 하지만 결과는 '노(NO)'. 연체 기록이 있어 지원이 불가하다는 것이다. 별다른 방안이 없는 A씨는 생계형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2학기 휴학을 고민하고 있다.

대부업 고리 대출의 늪에 빠진 대학생들이 많은 가운데 빚에 허덕이는 청년층을 구제해줄 제도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당초 금융당국은 올해 초 대학생·청년층의 채무 부담완화와 고리대출 해소를 위해 각종 지원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여전히 높은 자격 요건 때문에 불법 사금융이나 연금리 30%가 넘는 대부업체를 이용하는 대학생들이 많다는 게 일선 현장에서 들려오는 얘기다.

■ 대학생 유혹하는 고리 대출시장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월 금융위원회는 서민금융 유관기관인 미소금융재단 및 신용회복위원회 등과 함께 대학생 청년 취약계층에 대한 금융지원 확대 방안으로 생활자금 지원 및 대부업 고리대출 전환 등을 위한 대학생·청년 햇살론을 도입했다. 또한 저축은행 및 대부업 등이 대학생 대출 시 정책 지원제도부터 먼저 설명토록 의무화하는 가이드라인도 마련했다.

하지만 일선 현장에선 여전히 대학생들을 유혹하는 고리 대출시장이 만연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특히 제도권 금융에 편입되지 못한 일부 청년층의 경우 긴급 생활자금 등을 마련하기 위해 대부업 법정 최고금리인 34.9%를 훌쩍 넘는 불법 사금융에까지 손을 뻗고 있는 실정이다.

한 대부업체 관계자는 "대학생들은 별다른 소득이 없고, 대출 상환에 대한 리스크가 큰 고객군이여서 대부분 일괄적으로 30%대의 금리를 제시하고 있다"면서 "정부의 정책상품에 가입할 수 있는 대상자가 한정돼 있다보니 생활자금을 확보하려는 대학생 청년층의 상당수가 대부업을 이용하는 상황인 것 같다"고 귀띔했다.

고리대출임에도 청년층의 개인신용대출 수요가 많다보니 이같은 분위기를 틈타 제2금융권은 물론 대부업계에선 아예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생활비 여신 상품 운용에 적극적이다.

상환능력이 부족한 대학생에게 고금리 대출을 자제하도록 행정지도를 강화하겠다던 금융당국의 취지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 문턱 높은 '대학생 햇살론'

미소금융재단이 지난달부터 운용해오고 있는 '대학생 청년 햇살론'의 경우 2012년 도입한 청년 대학생 긴급자금 상품보다 금리 및 대출한도, 거치·상환 기간, 대상 역시 대학생과 함께 미취업 청년층(신규 포함)으로 확대됐다.

하지만 출시 한 달이 지난 현재 대학생 청년 햇살론은 591건이 상담이 이뤄진 반면 실제 대출이 진행된 건수는 총 237건에 불과하다.

신용회복위원회에서 운영하고 있는 대학생 청년층 대상 고금리 전환대출도 3월 말 기준 1만7939건의 상담건수 중 대출이 나간 경우는 7923건·531억원 수준에 그쳤다.

신복위 관계자는 "상담자들 중 50.2% 정도인 9000여명이 전환대출을 신청했고, 그 중 보증료를 납입하지 않거나 중도해지하는 경우 등을 제외한 나머지 수준에서 대출이 나갔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실제 미소금융과 신복위 등에서 진행하고 있는 청년층 금융지원 제도의 경우 연체 기록이나 대부업 과다 대출 등 여러 제한 사항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게 일선 현장의 얘기다.

대학생 B씨는 지난달 미소금융을 통해 청년층 햇살론을 신청했지만 가입이 거절됐다. 상환 능력을 판단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B씨는 "취업준비생이여서 과외아르바이트도 4개에서 2개로 줄인 상황"이라면서 "그렇다보니 생활비를 제외하고 대출금을 갚을 여력이 되지 않아 햇살론으로 갈아타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불허 판정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미소금융 관계자는 "채무를 갖고 있는 대학생들의 도덕적 헤이를 방지하고자 심사 과정에서 상환 의지가 어느정도인지를 판단하고 있다"고 답했다.

■ "지원 방안 좀 더 세부적으로"

이 때문에 일선 현장에선 대학생 청년층 금융 구제 방안을 좀 더 세부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상환 능력이 부족한 대학생의 고금리 대출 이용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채무 상환을 도모할만한 전환대출 상품 확대와 생계(아르바이트) 연계 프로그램 등도 함께 강구해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대부업의 고리 대출을 자제하도록 당국에서 행정지도를 강화하는 것도 당연한 조치이지만, 어쨌든 빚에 허덕이는 대학생들을 정부의 제도권 정책 금융 안으로 편입시키는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서민금융기관 한 담당자도 "햇살론이든 전환대출이든 승인받을 수 있는 규모가 한정돼 있고, 심사에 있어서 정성적 요소가 대부분이니 가입 승인과 거절 기준이 모호한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따라서 상환 기간을 개인별 여건에 맞춰 세부적인 확대 기준을 마련하거나, 대학생들의 채무 변제를 도와줄 수 있는 멘토링 및 지원프로그램 등을 연계하는 것도 하나의 방편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에대해 신복위에선 고금리 전환대출과 대학생 생계 대출 지원을 확대하는 세부안을 준비해 이달 내 출시할 게획이라고 밝혔다.

gms@fnnews.com 고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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