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만큼 성숙해진 기상청

      2015.05.17 16:25   수정 : 2015.05.17 16:25기사원문

어린 시절 누구나 소풍 전날 비가 올까봐 초조해 잠 못 이룬 기억이 있을 것이다. 날씨에 따라 여행계획을 세우거나, 내일 어떤 옷을 입을지, 기업에서는 날씨에 영향을 받는 상품들의 물량을 조절하는 등 크고 작은 우리의 일상에서 날씨는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이렇듯 날씨정보는 우리 생활에 꼭 필요한 요소다. 기상청은 이런 날씨를 국민에게 정확하고 신속하게 예보하고 전달하기 위해, 품질이 높은 관측자료를 생산하는 첨단 장비를 도입·운영하고 있다. 첨단장비를 포함한 관측장비 도입과 운영에는 연간 약 200억~300억원의 국민세금이 투자되고 있다.

그러나 기상장비 도입에 관한 소송과 민원이 발생하면서 기상청은 국민과 언론으로부터 많은 질책과 비리 의혹에 몸살을 앓았다.
문제가 발생한 근본적 이유는 기상장비 도입에 관한 컨트롤타워 부재와 장비 구매의 전 과정을 관리하는 전문인력이 부족하고, 구매 가이드라인이 일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또한 장비를 발주하는 기상청과 이를 대행하는 한국기상산업진흥원의 소통에도 문제가 있었다.

이를 계기로 기상청은 기상장비 도입 과정의 문제점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기상장비 도입절차의 전 과정에 대해 취약분야를 도출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했다. 그 결과 작년 한 해 동안 21건의(약 100억원) 기상관측장비를 무리 없이 도입했다. 기상청은 어떻게 이 문제점을 정상화했을까.

첫 번째, 장비도입 총괄 전담조직을 본청에 신설했다. 또한 '구매행정 이력 관리제(도입의 전 과정을 실명으로 기록 보존)'를 시행해 책임성을 강화했다.

두 번째, '도입위원회'를 새롭게 구성해 정책의 일관성, 다른 장비와의 중복성, 소요예산과 기술정보의 적정성에 대한 사전 심의를 강화했다. 이와 더불어 기획 단계에서 장비 관련 기술동향, 가격정보 등 시장조사 분야를 보강했다.

세 번째, 기상장비 구매규격의 객관성을 강화했다. 표준기술규격심의회를 구성했으며 제안요청서, 구매규격서 작성지침과 표준형식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또한 기술규격 검토와 심의의 공정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공공기관과 관련 대학 등 외부전문가 풀을 대폭 확충했다.

네 번째, 기상장비 기술평가와 납품검사의 공정성을 높였다. 원칙적으로 기술평가는 외부전문기관(조달청)에 위임하고 불가피하게 내부에서 평가하는 경우에는 감사담당 부서에서 평가위원을 선정하도록 했다. 또한 성능시험, 검사 절차와 방법을 개선한 검사업무지침을 새로 마련했다.

다섯 번째, 감사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사업자가 사업진행 과정에서 생기는 민원을 공식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청렴 옴부즈만' 제도를 시행하고, 공직비리 신고자의 익명성을 보장하는 '공익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도 기상청은 기상장비 도입 시 투명한 절차를 통해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업무를 수행하고, 각계 전문가와 국민의 의견을 겸허하게 듣고 반영할 계획이다.


비 온 뒤 땅이 굳어진다고 했다. 많이 아팠던 국민의 질책과 언론의 비난은 기상장비 도입 과정의 문제점을 치료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이제 기상청은 개선된 장비 도입의 투명한 절차와 건강한 날씨정보를 제공, 신뢰받는 기상청으로 거듭날 것이다.

고윤화 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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