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자식세대 일자리 다툼, 공존 해법 없나

      2015.07.19 17:40   수정 : 2015.07.19 17:40기사원문

아버지와 아이가 싸우고 있다. 삼촌과 조카가 싸우고 있다. 여느 가정집이라면 "집안 꼴 잘 돌아간다"며 한심하게 쳐다보겠지만, 다름 아닌 우리 얘기다. 청년실업이 사회문제가 되면서 아버지와 아이가, 삼촌과 조카가 서로 일자리를 갖겠다며 싸우는 '막장 드라마'가 우리 눈앞에 현실로 나타났다.

지난 14일 대한민국청년대학생연합이란 단체의 시위가 눈길을 끌었다. 이 단체 회원들은 '아버지, 삼촌, 형님들, 좋은 일자리를 독점하지 말고 청년들, 비정규직들에게도 나눠주세요'란 피켓을 들고 기성세대를 비판했다.
이들은 '노동계는 정년 연장이라는 선물만 챙기고, 임금피크제 도입이란 사회적 합의와 청년고용은 깡그리 무시하고 있다'며 원색적인 비판을 퍼부었다.

실제로 청년실업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 5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대졸자들의 취업경쟁률은 평균 32.3대 1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3년 28.6대 1보다 높아졌다. 통계청 조사도 청년실업의 심각성을 경고하고 있다. 지난달 15~29세 청년실업률은 한 달 전보다 0.9%포인트 상승한 10.2%를 기록했다. 6월 기준으로만 보면 외환위기로 우리 경제가 어려운 시간을 보냈던 1999년의 11.3% 이후 1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라고 한다. 청년실업자 숫자는 44만9000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는 작년 같은 달보다 4만명 늘어난 것이다. 지난달 전체 실업자가 105만명이었는데 이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29세 미만의 젊은이다.

일자리가 없다는 것은 우리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최근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5%에서 3%로 하향 조정했다.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면 기업과 가계는 지갑을 닫는다. 추울 때를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이 투자와 고용을 줄이면 일자리가 늘어날 가능성은 더욱 낮아진다. 지금 일자리를 갖고 있는 기성세대들 역시 직장에서 최대한 오래 버티려고 애를 쓸 것이고, 그만큼 청년들이 취업할 가능성은 낮아진다. 이렇게 청년실업이 심각해지면 결국 아버지와 아이가 싸우는 '세대 간 갈등'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청년실업 문제를 단순히 '젊은이들에게 일자리를 나눠주는 문제'로 인식하면 해결이 되지 않는다. 문제를 이렇게 단순히 바라볼 경우 일자리를 가진 자와 일자리를 갖지 못한 자의 갈등으로만 비칠 수 있다. 실업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사회 각 구성원들이 근본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해외 선진국 사례처럼 정부는 공공부문에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고, 기업들은 신기술 개발과 신시장 창출로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대기업들처럼 시장 창출을 통해 일자리를 새로 만들 능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은 더욱 현실적인 대안을 찾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청년일자리 창출을 위해 중소기업들이 한 명씩 청년을 고용하자는 '청년 1+ 채용운동'을 14개 중소기업단체협의회와 공동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각 세대들이, 경제주체들이 지금은 저성장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는 점이다.
일자리가 없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찾는 게 아니라 일자리가 없는 시대에 어떻게 하면 공존할 수 있는지 해법을 찾아야 하는 시점이다.

윤휘종 산업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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