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교 과제형 수행평가는 여전히 '엄마 숙제'
2016.05.22 17:53
수정 : 2016.05.22 17:53기사원문
■안 도와줄 수도 없고…학교생활과 직결
과제형 수행평가는 특정 주제에 대해 그림 등 공작품을 만들어오거나 집에서 실험을 한 뒤 관찰일기 작성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진행된다. 일부 과제형 수행평가는 학생 한 명이 소화하기에는 난이도가 높아 학부모들이 자연스럽게 개입한다. 도와주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성적이다.
서울 목동에서 초등학교 4학년과 중학교 1학년생 아이를 키우고 있는 A씨(42.여)는 "과목에 따라 수행평가 비율이 40%까지 올라가는 경우가 있더라"며 "사실 우리 아이들이 시험을 잘 치는 편은 아니어서 수행평가에서조차 점수를 못 받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무조건 만점을 목표로 옆에서 도와준다"고 털어놨다. 이어 "1주일 정도 기간이 주어진 수행평가는 아이가 학교에 간 사이에 내가 하기도 했다"며 "속칭 엄마 숙제라는 말이 맞다"고 덧붙였다.
부산에서 초등학교 3학년생 아들을 두고 있는 김모씨(39.여)도 "아무리 비율이 낮아도 성적에 반영된다는데 안 도와주는 부모가 어디 있겠느냐"며 "그림이나 공예품을 만들어오라는 숙제는 미술학원에 의뢰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전했다.
부모가 수행평가를 도와주게 되는 이유는 아이의 자존심 문제도 있다. 학교에서 학생들이 각자 수행평가 결과물을 비교하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1학년 딸을 키우고 있는 윤모씨(35.여)는 "학교에서 그림을 그려오라고 해서 색연필로 그려갔는데 학교에 가니 다른 친구들은 그림에 반짝이도 붙이고 눈알도 붙여서 왔다며 속상해하더라"면서 "이후부터는 수행평가를 적극 도와주고 있다"고 말했다.
수행평가 제도 전반에 대해 회의를 나타내는 학부모도 많다. 실습을 요구하는 수행평가도 있지만 지필평가와 흡사하게 쪽지시험을 보는 것으로 대체되는 경우도 더러 있기 때문이다. 경기 안양에서 중학생 아이 둘을 둔 학부모 심모씨(여)는 "수행평가 취지에 맞는 것은 과제형이지만 과제형은 부모가 개입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고 학교에서 진행되는 수행평가는 사실상 지필시험과 비슷해보인다"며 수행평가 제도 자체에 의문을 드러냈다.
교육열이 높기로 이름 난 서울 대치동 인근에 거주하는 학부모 박모씨(45.여)는 "수행평가 채점을 둘러싸고 말이 많다보니 교사들 중 일부는 논란을 피하기 위해 점수를 거의 비슷하게 주기도 했다"며 "학업수행 과정을 평가한다며 시행했다지만 오히려 불필요한 평가시스템은 아닌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부 '과제형 수행평가 지양'…학부모 '글쎄'
과제형 수행평가가 '엄마 숙제'라는 지적이 계속되자 교육부는 지난 17일 각 시도 교육청에 배포한 2016학년도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요령에 과제형 수행평가를 지양하고 수업과정형 수행평가를 늘리라는 지침을 담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지침이 실제 학부모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윤씨는 "과제형 수행평가가 조금이라도 성적에 반영되는 한 학부모들의 개입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부 교사들도 지침의 실효성에 의문을 나타냈다. 추상적 지시만 있을 뿐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라는 내용이 없어서다. 부산의 한 중학교 교사는 "지침이 있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은 없을 것"이라며 "과제형 수행평가에 대한 논란이 이어졌기 때문에 일부 교사들은 이미 과제형 수행평가에 비중을 크게 두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tinap@fnnews.com 박나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