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R3 CEV 잇단 가입.. 실효성엔 의문

      2016.05.24 18:16   수정 : 2016.05.24 18:16기사원문

하나은행에 이어 신한은행이 이번주 글로벌 블록체인 컨소시엄인 R3 CEV에 가입하는 등 은행권에 블록체인 도입 열풍이 불고 있다. 이는 핀테크의 핵심 기술로 꼽히는 블록체인을 은행 서비스에 도입하기 위한 사전 단계로 풀이된다. 하지만 가입 비용 등을 고려했을 때 컨소시엄 참여의 실효성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블록체인 열풍에 "우선 가입하자"

24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이번주 중에 R3 CEV 가입을 위한 계약을 체결한다. 지난달 가입을 완료한 하나금융지주에 이어 국내 금융회사로는 두번째다. KB국민은행 역시 조만간 R3 CEV 가입을 체결할 계획이다.


앞서 컨소시엄을 운영 중인 글로벌 금융서비스 개발 기업인 R3는 지난 3월 국내 개별 은행 및 금융사들을 만났다. 이미 컨소시엄 가입을 내부적으로 확정한 은행들은 컨소시엄 참여를 통해 블록체인에 대한 정보 등을 글로벌 금융사들과 공유할 수 있단 점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블록체인에 대한 전문가 및 정보 등이 턱없이 부족한 국내 상황을 고려했을때 글로벌 컨소시엄을 통해 블록체인 기술 노하우 및 사례 등을 얻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R3 CEV을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블랙박스'로 판단해 참여를 결정했다"면서 "글로벌 선진 은행들이 가입해 활동하고 있는 컨소시엄에 내부 구성원으로 들여다보자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현재 R3 CEV에는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 모간스탠리, JP모간체이스, 골드만삭스, UBS 등 43개 글로벌 은행들이 참여하고 있다.

그럼에도 시류에 편승한 R3 CEV 가입을 경계하는 은행들도 있다. 컨소시엄 가입을 위해 매년 지불해야하는 금액 등을 고려했을때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있기 때문이다. R3 CEV 가입을 위해 개별 은행들이 내야하는 연간 회비는 25만달러(한화 약 3억원)다.

현재로서는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이 R3 CEV 참여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다만 추후 가입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가입을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비용, 인력운영 측면에서 컨소시엄 실효성에 대해 확신이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가입을 결정한 은행들 역시 컨소시엄 참여를 통한 가시적 성과에 대해선 비슷한 입장이다. R3 CEV 가입을 결정한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컨소시엄 참여로 뭔가 확실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은 없다"면서 "다만 글로벌 40여개 은행들이 들어간 만큼, 시장 상황 등을 고려했을때 분명 얻는 것이 있을 것으로 보고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의 의지에 달렸다"

블록체인과 같은 미래 신기술에 대한 경쟁력 강화, 그리고 핀테크 자생력. 국내 은행들이 R3 CEV에 참여하며 기대하는 것은 이 두가지다. 국내 금융기관이 스스로 선진 핀테크를 받아들인다면, 국내에서도 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 주도의 핀테크가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핀테크 업계는 국내 은행들의 R3 CEV 참여를 두고 '보험 가입'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블록체인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이슈인 만큼 '일단 발을 들이고 보자'는 성격이 강하다는 얘기다.

서울대학교 노상규 교수는 "블록체인에 대해 배울 의지가 있다면 블록체인 컨소시엄 참여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우리나라에 블록체인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금융기관이 얼마나 될지는 솔직히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R3는 사실상 아직 실험단계이기 때문에 참여 기관들에 함께 연구하고, 함께 배워가는 역할을 요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하지만 보험 드는 수준으로 생각하는 국내 금융기관들이 과연 컨소시엄 내에서 제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결국 모든 것은 금융기관의 의지에 달렸다는 의미다.


노 교수는 "연간 25만달러의 금액은 은행 입장에선 연간 한두사람 더 고용하는 정도 수준이기 때문에 미래를 위한 투자로 부담스러운 금액은 아니다"라며 "그 가치는 블록체인 컨소시엄 안에서 그들이 얼마나 얻어낼 수 있는지에 달렸다"고 평가했다.

longss@fnnews.com 성초롱 이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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