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지 않는 물가에 고민 깊은 한·일
2016.07.01 17:21
수정 : 2016.07.01 18:40기사원문
소비자물가가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다. 물가가 오르지 않는다는 것은 소비자가 지갑을 열지 않는다는 이야기고, 소비자가 지갑을 열지 않으면 기업의 이익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경제학에선 이를 '디플레이션'이라고 부른다. 당장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는 아니지만, 중앙은행의 목표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상승률이 지속되는 건 '빨간불'이 켜졌다는 의미다.
■한국, 6월 소비자물가 0.8% 상승
통계청이 1일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0.67(2010년 100)로 전년 동월보다 0.8%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0.8%)에 이어 두달째 0%대 물가상승률을 기록하고 있고, 6개월째 한국은행의 연간 물가안정 목표 2%에서 0.5%포인트 이상 벗어났다. 기획재정부는 "2~4월의 경우 신선식품지수가 9%대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며 물가상승을 이끌었는데 신선식품 물가가 잡히면서 물가상승률이 둔화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출목적별로 보면 음식.숙박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2.4% 상승했고 교육(1.6%), 의류.신발(2.2%), 오락.문화(1.8%), 보건(1.3%), 가정용품.가사서비스(1.8%) 등도 상승세를 보였다. 교통(-2.1%)과 식료품.비주류음료(-0.3%) 등은 떨어졌다.
품목별로 보면 상품은 전년 동월 대비 1.1% 하락했고 서비스는 2.2% 상승했다. 상품에서 농축수산물은 전년 동월 대비 0.7% 하락했고 공업제품은 0.4%, 전기.수도.가스는 6.5% 하락했다. 서비스에서는 집세가 전년 동월 대비 2.6% 상승한 가운데 공공서비스와 개인서비스도 각각 2.1%와 2.2% 상승했다.
쌀, 휘발유 등 사람들이 자주 사고 지출 비중이 커 실생활과 밀접한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같은 달보다 0.1% 올랐다. 전·월세를 포함한 생활물가지수는 0.4% 상승했다.
변동성이 큰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7% 상승했다. 상승 폭은 지난 1월 1%대로 내려온 이후 6개월째 1%대를 유지하고 있다. 식음료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2.0% 올랐다.
우영제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채소류 출하로 가격이 내렸다"며 "특히 그간 많이 올랐던 배추, 무, 양파 등의 가격이 많이 내렸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서 많이 쓰는 두바이유는 작년 6월이 고점이었다"며 "하반기로 넘어가면서 저유가 기저효과가 점차 빠지며 물가가 점차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저유가 심화" vs. "구조적 문제"
소비자물가지수가 한국은행이 당초 물가안정 목표치로 설정한 2.0%를 6개월 연속 밑돌면서 사상 처음으로 한은 총재가 직접 나서 이를 해명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사실상 물가관리에 실패한 책임을 지고 국민에게 물가안정 목표 하회 이유와 물가 목표운영 상황 등을 설명하는 것이다. 한은 내부에선 물가상승률을 낮춘 가장 큰 요인으로 저유가를 꼽고 있지만 외부에선 저임금에 따른 소비부진 등 구조적 요인의 영향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어 안팎의 시각차가 존재한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오는 1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물가안정 목표를 하회하게 된 원인과 물가 전망경로 및 물가안정 목표 달성을 위한 통화신용정책 운영방향 등을 설명할 예정이다. 최근 6개월 연속 소비자물가지수가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2.0%)를 하회한 데 따른 것이다. 올해부터 물가가 목표치에서 6개월 연속 ±0.5%포인트를 벗어날 경우 한은 총재가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상황을 직접 설명해야 한다.
한은은 국제유가 하락세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저물가를 유발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원유 수입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특성상 유가 하락폭이 커질수록 휘발유와 경유를 포함한 석유류 공업제품 및 도시가스.지역난방비 등도 덩달아 하락하면서 물가상승률을 끌어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외부 전문가들은 저유가 영향보다 우리 경제의 구조적 불안정성이 확대되면서 저물가 기조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중산층 이하 계층의 임금이 인상되지 않는 가운데 소득불평등이 점차 가속화되며 소비수요를 둔화시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배근 건국대 교수는 "저유가 기조가 정착한 후에도 저물가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물가 하락을 저유가만 가지고 이야기하긴 어려운 부분"이라며 "소득정책, 고용 불안정성, 가계부채가 서민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해 소비부진이 이어지는 상황 속에서 이를 제거하지 않으면 저물가 기조 해결은 어렵다"고 지적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장민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