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관'으로 풀기 어려운 일자리해법

      2016.08.28 16:55   수정 : 2016.08.28 16:55기사원문

"나는 왜 단것과 기름진 것에 대한 갈망을 떨쳐버릴 수 없을까 ."

다이어트를 시도해본 사람이라면 한번쯤 스스로에게 던졌을 질문이다. 진화생물학자들은 그 해답이 인류의 진화 과정에 있다고 말한다. 수백만 년 동안 수렵·채집 생활에 맞게 진화해 온 우리 몸이 현대의 칼로리 과잉공급 앞에서 어쩔 줄 몰라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류는 육체뿐 아니라 정신에 있어서도 아직 현대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한다. 본능적으로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떨어지는 것을 두려워하듯이 우리는 많은 부분에서 세상의 이치를 직관적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는데 예컨대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은 교육을 통해서만 알게 된다.
마찬가지로 경제원리에 대한 이해 역시 직관이 통하지 않는 부분이다. 수백만년 지속된 부락단위 자급자족 체제에 비하면 현대의 글로벌화된 경제체제는 찰나에 지나지 않는다.

경제원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사태를 악화시키는 사례는 너무나 많다. 특히 노동분야가 그렇다. 예컨대 기업이 매년 청년을 일정비율 뽑도록 의무화하자는 주장이 제기된다. 그러나 만일 그런 식의 인위적 개입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전 세계 어디에도 일자리 부족으로 고통받는 나라는 없을 것이다. 과거 유럽에서는 청년들을 위해 장년들의 조기퇴직을 유도하고자 조기노령연금이나 장애연금을 확대한 적이 있다. 그러나 청년실업률은 떨어지지 않고 재정부담만 늘어나 전반적 고용여건이 오히려 더 나빠졌다.

청년일자리 확대를 위해 필요한 것은 정부의 인위적 개입이 아니라 비정규직 규제 완화다. 비정규직은 청년, 여성, 장년 등 취약집단에 노동시장 진입 기회를 제공한다. 임시직 규제의 적고 많음에 따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를 상.중.하로 삼등분할 때 규제가 적은 상위 국가의 청년 (15∼24세) 고용률은 2013년에 평균 51%였다. 반면 하위 국가는 27%로 상위 국가의 절반에 불과했다. 엄청난 차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전반적인 규제개혁 및 금융개혁과 더불어 비정규직 규제 완화를 추진해야 청년일자리 기회가 늘어날 것이다.

비정규직 규제를 줄이면 비정규직만 양산되는 것은 아닐까. 실제로 일각에서는 비정규직을 없애기 위해 비정규직 규제를 오히려 늘리자고 주장한다. 그러나 비정규직은 그렇게 해서 없어지지 않는다. 비정규직이 만들어지는 이유는 빠른 환경 변화, 근로자 특성의 차이, 정규직 과보호 등 여러 가지다. 특히 정규직 과보호가 비정규직을 양산한다는 사실은 학계에서 경험적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 다시 OECD 국가를 정규직 개별해고 규제의 적고 많음에 따라 상.중.하로 구분할 때 규제가 적은 상위 국가의 임시직 근로자 비중은 평균 8%인 반면 하위 국가는 17%로 두 배에 달했다. 비정규직을 줄이기 위해서는 먼저 정규직이 받고 있는 여러 가지 특혜부터 줄여야 하는 것이다.

일자리 문제, 특히 청년일자리 문제의 해법은 직관과 달리 노동시장에 대한 정부개입을 축소하는 데 있다.
동시에 취업알선, 직업훈련 등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많은 유럽 국가가 이런 방향으로 노동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당신의 직관을 섣불리 믿지 말라." 인지심리학자들의 오래된 충고다.

고영선 고용노동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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