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 극복, 소비심리 회복부터
2017.01.05 17:44
수정 : 2017.01.05 17:44기사원문
희망찬 새해가 밝았다. 그렇지만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은 그 어느 해보다 암울하다. 자국의 경제와 기업의 이익에 초점을 맞춘 보호무역주의를 예고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에 따라 세계무역 질서가 경제대국 위주로 급속히 개편될 전망이다.
가뜩이나 미국의 금리인상이 본격화되고 G2인 미국과 중국 간 패권경쟁과 통상마찰마저 예고된 상황이다. 우리로서는 이래저래 고래싸움에 '새우등' 신세가 될 수밖에 없다. 수출의존도가 70%를 차지하는 데다 58년 만의 2년 연속 수출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위기에 빠진 수출전선에 잔뜩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경제의 또 한 축인 내수시장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당장 정치적 불확실성이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올해부터는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하고 기업구조조정으로 인한 실업대란과 청년실업난, 사상 초유의 가계부채 누적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등 구조적 악재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낸다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사상 처음으로 2%대로 낮춰 2.6%로 내놓았지만 국민이나 기업들은 이마저도 믿지 않는 분위기다. 파이낸셜뉴스가 각계 2017명을 대상으로 한 경제전망 설문조사에 따르면 34%가 성장률 전망치를 2% 미만으로 꼽았다. 한국개발연구원도 소비심리가 크게 악화되고 있고 이것이 상당기간 경기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이런 상황이니 수출·소비·고용 등 3대 경제지표가 꼭 20년 전의 외환위기 때보다 더 혹독한 상황이 올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부존자원 빈국으로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는 어렵지 않은 적이 없었다. 우리에겐 세계사에 길이 남을 1997년 외환위기를 극복한 사례에서 보듯이 어려울수록 국민과 기업, 정부 등 경제주체가 똘똘 뭉쳐 위기를 극복한 국민성과 전통이 있다. 그런 점에서 경제정책 수장인 유일호 경제부총리의 정유년 신년사 화두인 '마부작침(磨斧作針)'은 시의적절하다. 유 부총리는 마부작침의 자세로 신발끈을 다시 한번 동여매자고 했다. 마부작침은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고사성어로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꾸준히 노력하면 이룰 수 있다는 뜻이다.
위기일 때가 오히려 기회다. 마침 내수산업 핵심업종인 유통·식품기업들이 한결같이 혁신, 유망기업 인수합병(M&A), 글로벌 사업 강화를 올해의 경영 키워드로 내세웠다. 모두 적극적인 투자와 각종 유통혁신 등으로 축 처진 소비심리를 살리고 경기불황을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정부나 정치권에서 당장의 소비절벽을 넘기 위한 대책에는 뒷짐을 지는 상황이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자율주행자동차 개발 등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대비도 중요하다. 그러나 당장 눈앞의 위기를 극복할 내수진작책은 더 중요해 보인다. 그것은 바로 기업과 가계가 맘놓고 호주머니를 열 수 있도록 정책당국과 정치권이 힘을 모아 하루빨리 불확실성을 걷어내는 일이다.
poongnue@fnnews.com 정훈식 생활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