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이복형을 잠재적 경쟁자로 의식해 암살한 듯

      2017.02.14 22:11   수정 : 2017.02.14 22:11기사원문
이번 김정남 피살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자신을 우상화하는 과정에서 절대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잠재적 경쟁자인 이복형을 암살했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올해는 김일성 출생 105년, 김정일 출생 75주년에 김정은 위원장이 최고지도자에 오른 지 5년을 맞는다. 특히 꺾이는 해(정주년.5주년, 10주년 등 5년 주기 기념해)를 성대하게 기념하는 북한에서는 올해 김 위원장에 대한 우상화 작업을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게 추진해왔다.



또 '백두혈통' 적통인 김정남에게 가진 피해의식이 발현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대낮에 공공장소인 공항에서 독침을 사용해 보란 듯이 암살한 것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우리를 비롯해 중국 등 주변에도 세를 과시하려는 김정은의 경고 메시지라는 분석을 내놨다.

김정남은 김정일 사후 후계구도에서 김정은에게 밀려난 뒤 끊임없이 신변위협을 받아왔다.
2010년 중국 베이징에서도 북한의 암살공작을 당하고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에도 김정은이 집권하기 전 후환을 없애기 위해 직접 나섰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김정일은 당시 자신의 후계를 놓고 김정남, 김정은 두 이복형제를 저울질했다. 개혁개방을 주장한 김정남이 경쟁에서 밀리긴 했지만, 북한 내부에서는 어린 김정은보다 김정남이 후계자로 적합하다는 기류도 적지 않았다. 이 탓에 김정남은 2011년 김정일이 사망했을 때도 김정은이 두려워 아버지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2013년 보호막이었던 고모부 장성택이 처형된 후에는 김정남 '망명설'까지 돌았다. 아산정책연구원 고명현 연구위원은 "김정일이 후계자를 선택할 당시 야망, 과감함 등의 측면에서 김정은을 낙점했는데 이번 피살도 그런 모습의 연장선상"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이 김정남을 김정은의 대안으로 여겨 보호하고 있다는 주장 역시 김정은에게는 위협으로 인식될 수 있는 측면이다. 고 연구위원은 대낮에 타국 공항에서 피살이 이뤄진 점에 주목하며 "보란 듯이 주변에 드러내 보이려는 의도였다"고 분석했다. 이어 "김일성 때도 사생아가 있었지만 평양에서 쥐도새도 모르게 죽었다"고 그는 덧붙였다.

김정은이 이복형에게 가지고 있었던 적통 콤플렉스도 기반에 깔려 있던 것으로 보인다. 아버지 김정일이 이복동생 김평일과의 경쟁에서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해 만든 '곁가지론'이 아들 김정은에게는 족쇄가 됐다. 실제 김정남은 승계과정에서 김정은에게 수차례 쓴소리를 했다. 2010년 8월 "김정은이 주도한 화폐개혁과 천안함 사건은 아버지가 묵인해서 말아먹은 일"이라고 하는가 하면 그해 연평도 포격사건이 나자 김정은에게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없도록 북남관계를 조정해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정은이 결국 자신의 자리를 위협할 수 있는 이복형을 암살함으로써 자신의 입지를 확고히 하려 했을 가능성이 크다.
고 연구위원은 "남한 출신 재일동포인 어머니와 김일성과의 관계를 증명하지 못한 것이 결정타가 됐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정남이 독살당하면서 아들 김한솔 등 가족들 신변에도 이상이 있을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특히 프랑스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한솔은 2012년 삼촌 김정은을 독재자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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