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트럼푸틴'

      2017.02.19 16:53   수정 : 2017.02.19 16:53기사원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독특한 '외교 변주곡'이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얼마 전 호주 총리와 통화 중 전화를 끊어버려 구설수를 탄 건 약과다. 최근엔 측근인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보좌관이 러시아와의 내통 의혹과 함께 낙마했다.

동맹국에 쓴소리를 쏟아내며 국익을 위해 '적과의 동침'도 마다하지 않는 행보가 빚어낸 불협화음이다.

트럼프식 '비즈니스 외교'는 얼핏 보면 미 공화당 외교노선의 본류와 멀어 보인다. 하지만 속내를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그는 대선 기간 내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를 "낡은 동맹"이라고 비판하면서 친러를 표방했다. 이는 공화당 정권의 외교멘토 격인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의 세력균형론 등 현실주의 외교와 내용상 닮아 있다. 단지 합종연횡의 대상만 다를 뿐이다. 동서 냉전기에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중국과 수교해 구소련을 견제하는 합종책을 폈다면 트럼프는 이제 굴기하는 중국을 꺾으려고 러시아에 다가서는 연횡책을 구사하려 한다는 점에서다.

그러나 '현대판 차르'(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활용해 '시황제'(시진핑)의 부상을 제어하려는 트럼프의 구상이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러시아의 대선개입 의혹을 근거로 대러제재를 발표하던 날 플린이 주미 러시아대사와 '부적절한 통화'를 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다. 미 언론들이 연일 의혹을 부풀리면서 '트럼푸틴(트럼프+푸틴) 브로맨스'가 자칫 파경을 맞을 참이다.

며칠 전 TV 인터뷰에서 "푸틴을 존경한다"고 했던 트럼프였다. 하지만 다시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점령했다"고 공언하는 등 거리를 두는 태도로 돌아섰다. 나토와의 동맹관계도 강화하겠다고 천명했다. 어지간한 역풍엔 굴하지 않고 밀어붙이는 스타일인 트럼프로선 이례적 변심이다.


그렇다고 해서 미.러 신(新)밀월이 신혼여행지 해변의 물거품처럼 사그라들 것으로 보는 것은 시기상조다. '친러 스캔들'을 무마하려 일보 후퇴했을 뿐 러시아를 지렛대로 중화굴기를 막으려는 '트럼프식 세계경영 전략'은 아직 불변이라는 얘기다.
한반도를 둘러싼 미.중.일.러 등 4강 간 물고 물리는 연대와 각축으로 경제.군사적 세력 재편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면 우리 외교도 상응하는 궤도 수정이 절실하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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