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의지

      2017.02.22 16:24   수정 : 2017.02.22 16:24기사원문
안희정 충남지사의 "선한 의지" 발언이 큰 파장을 일으켰다. 19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선한 의지로 좋은 정치를 하려고 했는데 법과 제도를 따르지 않아 뜻대로 안 됐다"고 한 발언이 도화선이 됐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안 지사의 발언에 분노가 빠져 있다"고 비판하면서 야권 대선주자 간 선의.분노 공방으로 이어졌다.

논란이 커지자 안 지사는 21일 "'예'가 적절치 못한 점에 대해 마음을 다치고 아파하는 분이 많다"며 사과했다. 당내에서 탄핵사태를 부른 박 대통령의 잘못을 희석시켰다는 반발이 거세지자 경선을 앞두고 '집토끼' 이탈이 걱정됐던 모양이다. 이로써 논란은 잦아들었지만, 합리적 토론 문화가 부재한 우리 사회에 여운을 남겼다.


"법과 제도를 따르지 않았다"고 박 대통령을 비판한, 안 지사 발언의 뒷부분은 놔두고 앞부분만 문제 삼은 거두절미가 문제이긴 하다. 더 심각한 건 건설적 절충보다 다른 의견은 무조건 말살하려는 분위기다. 5년 단임 직선제하의 어느 대통령인들 처음부터 나라를 말아먹으려는 '악의'만 갖고 정책을 펴려 하겠나. 미르.K스포츠 재단도 설립 취지가 나쁜 게 아니라 그 과정의 탈법과 농단이 탄핵 사유가 됐다는 안 지사의 발언 취지가 100% 잘못됐다고 보는 시각이야말로 지독한 독선일 것이다.

"슬픔도 노여움도 없이 살아가는 자는 조국을 사랑하고 있지 않다." 러시아 시인 니콜라이 네크라소프의 시 '신문 열람실'의 일부다.
여기서 노여움은 문 전 대표의 말처럼 "불의에 대한 분노"를 가리키겠지만, 슬픔은 분노의 대상에 대한 연민으로 치환될 수 있다. 연민은 곧 불교의 자비나 기독교적 사랑의 원천이 아닌가.

안 지사의 발언은 승리 지상주의적 선거공학으로 보면 실책일 수도 있다.
그러나 다수 국민은 이번 선의.분노 논쟁에서 안 지사의 손을 들어줄 듯싶다. 천동설이 절대적 도그마였던 중세 유럽에서 지동설을 펴던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감옥에서 풀려나면서 "그래도 지구는 돈다"고 중얼거렸다던가. "분노는 정의의 출발점이긴 하지만, 마무리는 역시 사랑"이라는 안 지사의 독백에 누가 돌을 던지겠나. 반대 쪽을 절대 악으로 보고 '대청소'해야 한다는 독단적 시각을 가진 인사가 아니라면….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