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빌릴 곳 없는 가계.. 불어나는 마이너스통장
2017.03.01 17:16
수정 : 2017.03.01 21:56기사원문
'마이너스통장' 등 대출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을 옥죄면서 나타나는 풍선효과다. 가계 실질소득이 감소하는 상황과 맞물려 신용대출인 마이너스통장 대출 급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마이너스통장 등 대출잔액 증가폭은 최근 3년 새 빠른 속도로 몸집을 키웠다. 2014년 한 해 동안 늘어난 대출잔액은 1조9000억원이었다. 2015년엔 7조9000억원까지 늘었다.
증가폭은 2016년 더 커져 13조원까지 확대됐다. 몇 년 사이에 전년 대비 증가율이 2% 수준에서 8% 수준으로 커진 것이다. 이렇게 불어난 마이너스통장 등 대출 잔액은 지난 1월 31일을 기준으로 173조5000억원이다.
마이너스통장을 통해 가계소득을 보전하는 사례가 늘었다. 이 대출은 주로 전세자금으로 쓰이거나 생활비에 투입된다.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전보다 강화되면서 '우회로' 성격으로 마이너스통장을 활용하는 것이다. 가계별로 실질소득이 감소한 상황도 마이너스통장 대출이 늘어나는 데 일조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물가상승을 제외한 지난해 실질소득은 전년 대비 0.4%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4.4분기를 기준으로 하면 이 감소폭은 1.4%까지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을 담보로 하는 마이너스통장 대출은 다른 종류의 대출보다 금리가 높아 사용자들의 부담이 크다. 그런데도 손에 돈을 쥘 수 있는 대안이 마땅치 않다 보니 수요가 몰리는 상황이다.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의 마이너스통장 대출 평균금리는 4.47%이다. 은행별로는 최대(한국씨티은행, 신용등급 1~2등급 기준) 8.85%에서 3.54%(NH농협은행, 신용등급 1~2등급 기준)까지 편차가 크다. 평균치만 보더라도 주택담보대출 금리(3.40%)보다 1%포인트 이상 높다.
시중은행들은 이 같은 흐름에 올라타 마이너스통장 대출을 권하는 분위기다. KEB하나은행은 지난달 6일부터 마이너스통장 대출 한도의 10%(최대 200만원) 내에서 연 0%의 금리를 적용해주는 '제로금리 신용대출' 이벤트를 하고 있다.
우리은행도 지난달 24일부터 마이너스통장 신규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우리웰리치 주거래 직장인대출' 이벤트를 통해 금리인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july20@fnnews.com 김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