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비용 아닌 투자로 보자
2017.03.09 17:02
수정 : 2017.03.09 17:02기사원문
사방이 적대적인 아랍 국가에 둘러싸인 이스라엘에서 국방은 생존의 문제이다. 이스라엘은 남녀 모두에게 병역의무를 부과한다. 고등학교 졸업 후 군대에 입대해 남자는 3년, 여자는 2년간 의무복무를 한다.
이스라엘은 우수학생들이 국방의무 기간 중에도 본인의 적성과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엘리트 부대를 운영한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탈피오트이다. 탈피오트는 히브리어로 '최고 중의 최고'라는 뜻으로 첨단 과학기술을 익히고 이를 국방에 활용하는 이스라엘 최고의 엘리트 부대다. 1만명의 지원자 중 최종 50~60명의 최고인재만이 선발된다. 이 부대에 합격한 신병은 입대 후 3년 동안 최고 대학에서 위탁교육을 받고 6년 동안 모사드, 군 정보국 등에서 복무한다. 탈피오트 출신들은 제대한 뒤 군 복무기간 익힌 기술과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창업가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세계 최초의 방화벽을 만든 '체크포인트'를 창업한 길 슈웨드가 대표적인 사례다. 사이버 보안에 특화된 8200부대 역시 대표적인 엘리트 부대로 꼽힌다. 이 부대 출신자들이 전 세계에서 창업을 통해 이뤄낸 매출은 약 60억달러(약 7조원)로 추정된다. 이스라엘 방위군의 정보시스템을 운영하는 '맘람(MAMRAM)'과 소프트웨어 교육부대인 'CRP' 역시 엄청난 경쟁률을 뚫어야만 입대할 수 있는 엘리트 부대이다. 여기서 배출된 인력이 이스라엘을 소프트웨어 강국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엘리트 부대에 배속되지 않더라도 이스라엘 일반 병사들은 한 달에 150만원 가까운 월급을 받는다. 이 급여는 이스라엘 젊은이들이 군 제대 후 2년간 해외를 둘러보면서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는 쌈짓돈이다. 이 시간 현재에도 2개 학년에 해당하는 22~23세의 갓 제대한 이스라엘 16만명 젊은이들이 전 세계에 흩어져 자신의 삶을 준비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국방 연구개발(R&D)을 산업기술로 전환해 신산업을 육성했다. 탈피오트 부대 출신 개발자가 만든 초소형 내시경카메라 '필캠(pill-cam)'은 원래 미사일의 유도장치에 탑재된 광학렌즈를 초소형화해 만들었다. 체크포인트의 방화벽 역시 국방기술이 산업화된 결과이다. 이스라엘은 정부 예산의 9%를 국방비에 투입하지만 이렇게 산업화를 통해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6%를 다시 재창출한다.
우리나라 국방 예산이 올해 처음으로 40조원을 돌파했다. 북한의 위협은 갈수록 가중되고 미국의 새 대통령은 우리나라에 미군 주둔비용 분담률을 높이라고 요구한다. 정치권에서는 모병제 전환, 군복무기간 단축 등 다양한 국방개혁안을 제시한다. 지난 60년간 국방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은 피치 못할 비용이기 때문에 최대한 효율화해야 한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참에 아예 이스라엘처럼 국방을 비용이 아닌 투자로 전환하는 것은 어떨까. 정부가 사병의 보수를 적정 수준으로 인상해 군 제대 후 1년간 좁은 한반도를 벗어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로 삼게 해주자. 국방이 물리적으로 국토를 수호하는 것 이외에 4차 산업혁명의 선구자를 양성하는 선순환 시스템을 구축하자. 국방 R&D가 다시 산업으로 환원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작용하는 생산적 국방시스템을 이제 고민해야 할 때다.
윤종록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