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를 위한 변명

      2017.03.19 16:59   수정 : 2017.03.19 16:59기사원문

농림축산식품부가 '반칙'을 했다. 이야기는 이렇다. BBQ 등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업체들이 조류인플루엔자(AI)를 이유로 치킨값을 올리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농식품부가 세무조사와 불공정행위 조사를 거론하며 엄포를 놓았다.

그렇다고 막무가내는 아니다. 이들 업체가 닭고기 생산업체와 공급 상.하한선을 사전에 정해 생닭을 공급받고 있어 AI가 치킨값을 올릴 명분이 되지 못한다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그럼에도 농식품부는 강한 비판을 받았다.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등 조사권한을 가진 부처와 사전협의도 없이 국세기본법상 탈세 제보가 없을 경우 불가능한 세무조사를 언급한 탓이다. 정부가 시장논리에 따라 가격을 올리려는 기업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비난이 몰아쳤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본질을 왜곡해선 안된다. 왜곡되고 있는 본질은 이들 업체가 가격인상의 명분이 될 수 없는 AI를 빌미로 치킨값을 올리려고 했다는 점이다.

AI가 가격인상의 명분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BBQ 측은 "일반 서민인 도시소상공인 가맹점주들의 생존이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BBQ의 가맹비는 최대 3200만원으로 서민층의 1년 소득 수준에 육박한다. 만약 이런 논리라면 가맹비부터 내리는 게 맞다. 궁색해진 이 업체는 배달앱 주문 비용(마리당 약 900원)을 가격인상 이유로 내세웠다. 그러나 배달앱 업계 1위 업체는 이미 2015년 8월 수수료를 전면 폐지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니 기회만 살피다 AI가 터지니 이때다 하고 가격 인상에 나섰다는 의혹이 안 들 수가 없다. 이런 업체를 두고만 보는 것도 정부 역할은 아니다. 가뜩이나 장바구니 물가가 절정에 달하고 있는 시절이 아닌가. 다수가 "기업의 가격인상이 부당하다면 소비자는 다른 업체를 선택함으로써 그 업체를 응징하면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지난 2010년 12월 롯데마트가 내놓은 5000원짜리 '통 큰 치킨'이 사라진 이유를 떠올려보자. 당시 BBQ를 포함한 프랜차이즈 치킨업체들은 '반시장주의적' 논리로 '통 큰 치킨'을 없앴다.

치킨 프랜차이즈업계도 여타 업계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이익 앞에선 어떤 조직보다 단결이 잘 됐다는 말이다. 만약 농식품부가 BBQ의 가격인상을 막지 않았다면, 다른 프랜차이즈 치킨업체들도 잇따라 가격을 인상했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결국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을 통해 가격을 올린 업체를 벌한다'는 시장논리로는 국민들이 정당한 가격에 치킨을 먹기 어렵다는 말이다. 우리나라 국민은 연간 1인당 16마리의 닭을 먹는다.
이것이 농식품부를 위해 변명을 늘어놓는 이유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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