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농도 소금 관장 고통"..전문가 "병세 악화 가능성"

      2017.04.06 17:00   수정 : 2017.04.06 17:00기사원문

최근 대구의 한 자연치유원에서 소아암을 앓은 아이(5)가 사망하고 유방암 환자 이모씨(59)가 쓰러져 심한 뇌손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 <본지 2017년 4월 6일자 10면 참조>한 가운데 환자들은 치유원에서 9박 10일 동안 단식을 하며 매일 소금물·커피 관장을 했다고 한다. 의사 면허가 없는 치유원 원장은 환자가 직접 관장을 할 수 있도록 수차례에 걸쳐 시범을 보이고 직접 시술까지 해줬다는 것이다. 비의료인의 관장시술은 현행 의료법 위반이다.

환자들은 원장의 ‘살릴 수 있다’는 말에 고통을 참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의료 전문가들은 소금물 관장이 의학적 효능이 없을 뿐더러 환자 병세를 악화시켰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고농도 소금 관장' "원장이 직접 시술"
6일 피해자 가족에 따르면 환자와 보호자들은 치유원에서 50m 가량 떨어진 2층 규모 주택에 입소했다.
원장은 “병원에 가면 오히려 죽는다”며 “45일 프로그램만 같이 이수하면 병이 완치된다”고 했다는 것이다. 병원에서 처방한 약은 일체 먹지 못했고 원장 부부가 건네준 제품만 복용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원장이 권유한 45일 프로그램 중 대표적인 것은 '단식'과 '소금물 관장'이었다. 함께 입소했던 가족은 의료인이 아닌 원장이 ‘소금물·커피 관장’을 직접 시술했다고 주장했다. 원장이 소금과 커피, 마그밀(변비약)을 직접 섞어 만든 제품을 물에 희석시키고 환자들의 항문에 액체를 주입했다는 것이다.

이씨의 남편 김모씨는 “원장은 관장이 익숙해질 때까지 관장 호스를 아내의 항문에 넣고 액체를 주입하는 시술을 했다”며 “아내는 관장을 할 때마다 많게는 20분 동안 참느라 정말 힘들어했다”고 털어놨다. 5세 아이 역시 관장 하는 일을 매일같이 두려워했다고 한다. 아버지는 “아들은 원장이 몸에 손을 대는 것조차 싫어했다”며 “택시를 타고 집에 간다면서 매일 울었다”고 설명했다. 관장 시술은 매일 진행됐고 원장은 환자들에게 처음에는 관장 시술을 해주고 익숙해지면 스스로 시켰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원장은 또 환자에게 “간청소를 해야 한다”며 직접 만든 액체 등을 먹이고 1~2시간씩 누워 있도록 했다고 가족들은 전했다. 김씨가 액체 성분에 대해 물어보면 알려주지 않았다고 한다. 원장 부부는 병원 약 대신 직접 만든 액체, 고체 형태의 제품을 먹게 하고 퇴원 시에는 판매까지 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환자들은 나체 상태로 이불을 쓰고 덮는 풍욕, 온탕과 냉탕을 계속 오가는 냉온욕 등을 매일 반복했다고 피해자 가족은 전했다.

그러나 이 치유를 받은 아이는 2월 22일 오전 쓰러져 이날 사망했고 앞서 같은달 10일 이씨 역시 목욕을 위해 욕실에 들어가다 쓰러져 심한 뇌손상이 왔다.

■"의료인 아니면 관장시술 위법"
전문가들은 치유원에서 벌어진 단식, 소금물 관장 등이 암을 치유한다는 학술적 근거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특히 고농도 소금을 이용한 관장 시술이 환자의 장에 치명적인 손상을 주고 병세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중원 국립암센터 교수는 “(효과) 제로다. 몸에 오히려 매우 해로울 수 있다. 가뜩이나 환자가 단식하면 전해질 불균형이 있는 상태이고 소금, 마그밀, 커피 섞은 것은 고농도여서 전해질 불균형 쪽으로 더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또 장 점막을 손상시켜 출혈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관장을 민간에서 한다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 항문을 통해 직장을 지나서 들어가야 관장이 된다. 직장이 S자 결장인데 이를 통과해서 집어넣는 것도 숙달된 의사가 아니면 잘 못한다. 기구도, 숙달된 의료 해부학적 지식 역시 있어야 한다”며 “관장은 의사, 간호사 말고는 할 수 없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우용 대한의사협회 의무이사(삼성서울병원 대장암센터)는 “소금물 관장이 항암치료가 된다는 것은 입증된 바 없으며 고농도 소금물은 장을 해칠 수 있다.
단식 역시 암 치료에 도움을 준다는 근거가 없다. 단식을 하면 영양분이 공급되지 않아 면역력이 저하되고 병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는 "대개 터무니없는 비용을 달라든가, 완치 된다고 하거나, 다른 치료를 믿지 말라 등으로 치료를 권유하는 곳은 환자들의 절박한 심정을 이용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