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영장청구권, 인권 차원에서 봐야
2017.04.10 17:09
수정 : 2017.04.10 17:09기사원문
'변호사님 저는 구속되나요? 집에 돈 버는 사람은 저 혼자인데 구속되면 직장에서도 잘리고 그러면 가족들도 큰일이 나는데 어떻게 하면 좋나요?'
국선 전담변호사로 6년간 근무했고 그중 몇 년은 영장실질심사 단계의 국선변호인으로서 피의자를 변호했다. 그래서인지 영장심사 단계에서 피의자의 이런 하소연을 듣는 것은 매일의 일과 중 하나였다. 구속은 신체의 자유에 대한 가장 큰 침해다.
그런데 최근 정치권에서 개헌 논의를 하면서 검사가 경찰의 영장신청을 심사하라는 취지의 헌법 조항을 개정하자는 움직임이 있다.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검사의 영장심사기능을 없애고, 경찰이 직접 법원에 영장을 청구할 수 있도록 개헌하자는 것이다. 일부 권력형 비리에 대해 검찰이 공정하게 수사하지 못한다는 우려 등이 논의의 배경인 듯하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헌법상 검사의 영장청구 규정, 즉 경찰이 신청한 영장에 대한 검사의 심사를 의무화한 규정은 무분별한 영장청구로 인한 신체의 자유 침해를 방지한다는 측면이고 논의 중인 검찰개혁은 권력형 비리를 공정하게 수사를 하지 못한다는 측면으로 그 궤를 서로 달리한다.
영장청구 규정의 개정은 부당한 영장청구로 인한 구속의 위험성과 인권침해 측면에서만 논의돼야 하지 그 외의 측면과 엮어서 논의할 사항은 아니다.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당시 경찰에도 영장청구권이 부여됐다. 그 결과 구속사건의 70%가 석방되거나 불기소됐고, 구속사건 중 기소되는 비율도 56%에 불과해 많은 국민이 부당하게 구속됐다. 이후 이에 대한 반성으로 수사 단계에서 영장을 신청할 때 반드시 법률전문가를 거치도록 해 억울하게 구속되는 경우가 없도록 검사에 의한 영구청구 제도를 1962년 제5차 개헌에 반영해 현재까지 유지 중이다. 영장청구 규정 개정은 경찰에 의한 부당한 수사의 위험성이 현저히 없어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그 정도에 이른 것 같지는 않다.
피의자를 만나 상담하다보면 강압적으로 자백을 강요하는 등의 부당한 수사관행은 여전히 남아있는 것 같다. 강제수사 중에서도 구속은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엎어버린다. 따라서 인권보호를 위한 부당한 수사를 거르는 체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체는 많을수록 좋다. 수사의 효율성보다 10배, 100배 중요한 것이 시민의 인권보호다. 비록 검찰이 체로서는 성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성긴 체를 촘촘하게 고쳐 사용하는 게 검찰개혁의 목표지, 그 체가 성기다고 해서 체 자체를 없앤다고 하는 것은 벼룩을 잡겠다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우를 범하는 것이 아닌지 염려된다.
이호진 법률사무소 온 변호사 (전 서울중앙지법 국선전담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