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이들은 억울함 겪지 않길" 군 의문사 피해 유가족, 文 지지선언

      2017.04.28 17:35   수정 : 2017.04.28 17:35기사원문

"3일에 한명 꼴로 군인이 죽어가는 대한민국 군대에서 내일은 또 누구의 부모가 우리처럼 이 자리에서 울게 될 지 모른다. 그 억울함이 더 이상 없길 염원한다."
군 의문사 피해 유족 연합 단체인 '의무복무중 사망 군인의 명예회복을 위한 전국 유가족협의회'는 28일 국회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지지 선언했다.



군 의문사 피해 단체가 대선 후보를 지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지난 2006년 ‘대통령소속 군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를 출범시켰던 참여정부에서 함께 했던 문 후보를 지지한다"며 지지 이유를 밝혔다.

고(故) 김모 대위의 어머니 박영순씨가 협의회를 대표해 기자회견문을 읽어 내려갔다.
박씨의 목소리에 회견문을 읽는 중간중간 떨림이 느껴졌다.

박씨는 "정치니 뭐니, 사실 저희는 잘 모른다. 아들 딸 낳아 그 자식을 잘 먹이는 게 엄마가 하는 일의 전부라고 믿었다"며 "(아들이) 제대하면 다시 엄마 품으로 아무렇지 않게 돌아올 줄 알았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이어 "군인유족에게 이 나라가 해주는 예우는 딱 두 가지 뿐이다. 자살을 인정할 경우에 주는 장관 위로금과 죽은 아들의 시신"이라며 "도대체 입대 후 무슨 일이 그 안에서 벌어진 것인지 우리는 전혀 알 수 없다"고 성토했다.

박씨는 "한 해 평균 27만명이 입대하는데, 매년 평균 130여명이 죽고 있다"며 "그중 3분의 2는 군 당국의 독자적인 수사를 거쳐 자살로 처리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해 군 사망사고는 81명으로 이중 54명이 자살로 처리됐다.

이어 유족들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진상규명위원회를 강제 해체시켰다"며 "'대통령소속 군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가 새 정부에서 다시 출범하기를 소망한다"고 전했다.

이날 유족 대표로 참석한 아홉 명의 '어머니'들은 회견문을 들으며 연신 소매로 눈가를 훔쳤다.

지지선언을 마친 유족들은 사망한 아들들에게 쓴 '하늘나라 편지'를 낭독했다.
"사랑하는 아들아. 다음 생애에서는 부디 내 아들로 태어나지 말라"며 “돈 많고 권력 있는 집 아들로 태어나 너도 미국 국적 가지고 누구처럼 군대 가지 말고 네 천명만큼 살아 보거라. 미안하다"고 말하며 죄인처럼 고개를 숙였다. 어머니들은 벌게진 뺨 밑으로 그보다 더 붉은 입술을 꽉 다물었다.


끝으로 이들은 "다시는 우리처럼 억울한 일이 없도록 문 후보가 당선돼 우리의 염원을 이뤄달라"고 호소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최용준 송주용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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