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막바지, 경제논리 되새기기

      2017.04.30 17:06   수정 : 2017.04.30 17:06기사원문

정치가 경제를 논리적으로 압도할 수 있을까. 반대로 "문제는 경제야"라는 말이 통할 수 있을까. 며칠 남지 않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문득 머리를 스치는 생각이다. '장미대선'으로 일컫는 5월 조기대선은 박근혜정부에 대한 민심의 불신과 염증이 촛불이란 계기를 만나 시작된 것이다.

봇물 터지듯 쏟아진 정치적 의사표현이 탄핵정국을 이끌었고 때 이른 대선으로 마무리됐다.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고 보도되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이 흐름을 가장 잘 탔다. 공약 측면에서 문 후보가 '표 계산'에서 가장 앞선, 표심을 유혹하는 공약을 내놨다고 봐도 무방하다. 정치를 단순화시켰을 땐 민심의 수렴이고, 지지율이라는 결과로 나타난다고 볼 수 있어서다.
공공부문 중심 일자리 81만개 신설, 비정규직 차별금지법 제정, 고소득자 증세, 대기업 지배구조 개혁 관련 정책들이 탄핵이란 정치흐름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5년간 공공 일자리 81만개 공약에 4조원이면 된다'는 문 후보 측 주장에 대해 다른 후보, 특히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측과 벌인 재원 공방은 지지율만 비교해서는 곁가지 논란으로 치부될 수도 있다. 선거로 정부를 심판하고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다는 정치논리를 경제논리의 상위개념으로 둔다면 말이다.

그러나 문제는 정치적 의사는 경제적 난맥상에 대한 정치적 불만의 표출이라는 것에 있다. 사실 되짚어보면 박근혜정부 때 경제는 글로벌 경제가 바닥이었다는 것을 감안해도 뚜렷한 족적이 없었다. 고용은 지지부진했고 창조경제는 뜬구름이었다. 세계 최강이라던 조선업은 무너졌고 신성장동력 육성은 미흡했다. 수치는 더 명확하게 이를 보여준다. 취임 1년차였던 2013년 경제성장률은 2.9%였고 다음해 3.3%로 올라섰다가 2015년 2.8%, 2016년 2.8%를 기록했다. 국민소득은 2만6070달러(2013년)에서 2016년 2만7561달러로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쳤다. 11년째 2만달러대다. 단언키는 힘들지만 탄핵, 대선으로 이어지는 정국은 경제불안에 정치불신이 기름을 부은 것으로도 해석 가능하다.

정치논리와 경제논리의 선후 구별이 어렵다면 차기 정권의 경제 어젠다는 정치논리에만 치우쳐서는 안된다. 특히 재정 문제만큼은 경제논리와의 조합을 고민해야 한다. 문재인 후보는 190여개 공약에 연 35조6000억원, 지지율 2위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보도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153개 공약에 연 40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연간 정부 예산이 400조원인 것을 고려하면 경제논리를 들이댔을 때는 재원 마련은 어려운 일이다. 표를 먹고사는 정치논리를 우선하면 결국 증세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해관계가 첨예한 세금 문제는 역사적 실패에서 배워야 한다. 세금 문제 때문에 영국과 프랑스에서 시민혁명이 일어났고, 미국이란 나라도 세금 문제 때문에 탄생했다. 지금도 세계 각국에서는 재정 문제 때문에 여야 의석비율이 달라지곤 한다.

이달 출범하는 새 정부는 박근혜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 공약의 재판이 되지 않도록 공약 이행에 필요한 경제적·사회적 비용을 누가 얼마나 부담해야 하는지 분명히 짚어줘야 한다.
정치논리에 편승해서 대선이 시작됐지만 특히 국가가 책임져야 할 비용, 즉 재정투입 부문은 경제논리를 적용해 꼼꼼한 정책을 내놔야 한다. 대책없는 정치적 선심 정책은 결국 경제를 망치게 된다.
정치논리라는 숲과 경제논리라는 나무를 모두 보고 경제를 최적의 방향으로 이끌 어젠다 설정이 필요하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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