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보고 누락 논란, 한·미 틈 벌려선 안돼
2017.06.01 17:25
수정 : 2017.06.01 17:25기사원문
전임 정부가 사드 배치를 기정사실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새 정부에 대한 보고를 묵살했다면 '국기 문란' 행위에 해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곧 물러날 박근혜정부의 국방부 수뇌부가 금세 드러날 일을 굳이 숨길 이유를 찾기는 어렵다. 더군다나 성주에 배치된 2기 이외에 사드 발사대 4기가 추가 반입된 사실은 지난 대선 국면에서 언론에 보도됐고, 당시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측이 이에 대해 유감표명까지 한 마당이다. 그렇다면 아무리 '합리적 의심'을 한다 한들 '부실 보고' 수준일 뿐이다.
물론 그런 기강 해이조차 사실이라면 새 정부가 나사를 죌 사유는 충분하다. 하지만 진상조사를 통해 문제가 드러나면 조용히 문책하면 될 일을 갖고 소란을 키울 필요가 있는지 궁금하다. 사드는 북한 핵.미사일 방어 차원의 국내 현안인 동시에 미.중의 예민한 반응에서 보듯 국제 이슈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새 정부가 보고 누락 의혹을 굳이 외부에 공개해 우리 스스로의 입지를 좁힐 이유는 없다. 당장 문재인 대통령이 엊그제 방한한 딕 더빈 미 상원 원내총무에게 "사드와 관련한 나의 (진상조사) 지시는 전적으로 국내적 조치"라고 해명하는 상황이 빚어지지 않았나.
그런데도 소수이지만 여당 일각에서 '사드 국기문란 청문회' 개최를 들먹이고 있어 걱정스럽다. 그러잖아도 이달 하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 양국 간에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저지 등 안보 이슈에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논의 등 현안이 쌓여 있다. 이런 판국에 어차피 사드 배치를 철회할 것도 아니면서 절차에 심각한 하자가 있는 것처럼 논란을 확산시키는 게 국익에 무슨 보탬이 될지 생각해 볼 일이다. 정권을 인수인계하는 과도기에 새 정부는 괜한 정치적 갈등을 증폭시킬 게 아니라 외교.안보 분야의 전문성을 보강하는 등 내실부터 다지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