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위원장, 믿고 맡길 만하다

      2017.06.14 17:16   수정 : 2017.06.14 17:16기사원문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4일 취임했다. 그의 말마따나 '우여곡절'이 있었다. 야당 반대를 무릅쓰고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한 때문이다.

법적 하자는 없다. 그러나 국회에서 정식 OK를 받지 못한 것은 두고두고 짐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잖아도 새 정부 초대 내각에 시민단체 출신이 많은 것을 두고 'NGO정부'라는 비아냥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그중에서도 간판급이다. 그만큼 어깨가 무겁다.

다행스러운 것은 김 위원장이 보여준 합리성이다. 취임사에서 그는 공정위가 맞닥뜨린 고충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김 위원장은 "경쟁법의 목적은 경쟁을 보호하는 것이지 경쟁자를 보호하는 게 아니다"라는 법언을 인용했다. 공정위의 궁극적 목적은 경쟁을 통한 소비자 후생 증진이지 경제사회적 약자 보호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김 위원장은 우리 사회가 "경제사회적 약자를 보호해 주기를 공정위에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공정위는 '을'의 눈물을 닦아줄 책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현실적으로 소비자 후생과 약자 보호 사이엔 큰 괴리가 있다. 김 위원장은 둘 사이에서 '최적의 지점'을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합리적 접근법이 아닐 수 없다.

대형마트 휴무를 예로 들어보자. 개정 유통법에 따라 이마트 같은 대형마트들은 5년 전부터 다달이 일요일 이틀을 쉰다.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그 효과는 의심스럽다. 대형마트가 논다고 전통시장으로 발길을 돌리는 손님이 얼마나 될까. 되레 불편을 호소하는 주민만 늘었다. 그래서 일부 지자체는 당사자 간 협의를 거쳐 일요 휴무를 평일 휴무로 바꿨다. 이야말로 김 위원장이 말한 '최적의 지점'이 아닐까.

역설적이지만 김 위원장은 정치판, 특히 여권에서 쏟아질 압력을 물리칠 배짱이 있어야 한다. 당장 국회엔 의무휴업일수를 늘리거나 신규 출점을 깐깐하게 규제하는 유통법 개정안이 여럿 제출돼 있다. 문 대통령도 복합쇼핑몰 입지를 제한하고, 영업도 대형마트 수준으로 제한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런 정치권 요구를 다 받아들이면 소비자 후생이라는 공정위의 궁극적 목적은 설 자리가 없다.

재벌정책도 마찬가지다. 새 정부에서 재벌개혁은 최우선 과제다. 다행히 여기서도 김 위원장은 신중하다. 그는 취임식 후 기자들에게 "4대 그룹을 찍어서 몰아치듯이 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과 수석들에게 재벌개혁은 검찰개혁처럼 빠른 속도로 할 수 없다고 당부의 말씀을 드렸다"고도 했다. 재벌개혁은 선무당이 애먼 사람 잡듯 번쩍 해치울 일이 아니다.
지금으로선 청와대건 국회건 김 위원장을 믿고 맡기는 게 상책일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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