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압박 對 쌍중단…‘문샤인 정책’ 4강 사이서 고군분투

      2017.07.06 17:39   수정 : 2017.07.06 22:21기사원문

【 베를린(독일).베이징(중국)=조은효 기자 조창원 특파원】 "결국은 대화로 풀어야 한다." 압박과 제재는 어디까지나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수단이라는 북핵 원칙을 제시한 문재인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압박 중심의 미·일의 해법과 '쌍중단'(북.미 동시양보)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중·러의 대립구도 속에서 '고군분투' 북핵외교를 펼쳤다. 주도권을 갖고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강조한 문 대통령의 험난한 여정이 본격화됐다.



■"중국 도움 필요"vs. "충분히 역할했다"

그 첫 여정은 이날 독일 베를린 인터콘티넨털호텔에서 이뤄진 한·중 간 첫 정상회담이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회담 시작 전 "한·중 관계의 민감한 사안에 대해 '솔직하게' 소통하고자 한다"며 포문을 열었다. 사드 배치 과정에서 중국 측에 "사드배치 협의도, 요청도, 결정도 없었다"는 이른바 '3NO'로 일관했던 전임 박근혜정부 때의 행태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 역시 "중국과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면서 "한·중은 경제문제뿐 아니라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대단히 중요한 협력관계가 있다"고 답했다. 대화는 당초 예정된 40분을 훌쩍 넘긴 75분간 진행됐다.
배석한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북한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언급했으며, 이에 대해 시 주석은 "국제사회가 중국의 역할을 비난하는데, 북한은 중국의 혈맹이며 중국은 지금까지 북핵문제 해결에 충분히 역할했다"고 잘라 말했다. 북한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중국을 '우군'으로 여겼던 문 대통령으로선 긴 여정의 첫 난관에 봉착한 것으로 풀이된다. 두 정상은 문 대통령의 방중과 시 주석의 평창동계올림픽 참석을 제안하며, 정상 간 대화를 이어가기로 했다.


■중.러의 '쌍중단', 미·일의 '최대 압박'

현재 북핵 문제를 둘러싼 주변국들의 입장은 중국·러시아의 '쌍중단' 구상, 미국·일본의 '최대 압박'으로 극명히 갈리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최대 압박과 관여라는 압박 중심의 대북정책을 견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언론에 발표하는 자리에서 "북한에 대한 인내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일본 아베 신조 총리 역시 지난달 말 문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지금은 북한과 대화할 때가 아니다"라면서 제재 중심의 대북정책 기조를 강하게 내비쳤다. 적어도 '대화를 위한 대화는 없다' '당근도 없다' '압박을 최대화해 북한을 협상장으로 걸어나오게 하겠다'는 게 미·일이 취한 공동전선이다.

반면 중국과 러시아 양국은 지난 4일 모스크바 정상회담에서 그간 중국이 제안해온 '쌍중단' '쌍궤병행' 구상에 기초한 북핵구상을 발표했다. 미국의 대중국 압박 행보에 피로감을 느낀 중국이 러시아와 공동연대를 통해 미국의 굴레에서 벗어나겠다는 것이다. 중국이 제시한 쌍중단은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과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을 동시에 중단하는 것, 쌍궤병행은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체제 구축 병행 추진을 의미한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5일 한반도 긴장 해소를 위해 쌍중단을 통한 대화 재개를 고려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중국이 긴장 국면을 타개하려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북핵 문제 해결의 열쇠는 중국의 손에 있지 않다"며 대화를 통한 해결 방식을 강조했다.

북핵 동결과 한.미 연합훈련 중단은 결코 연계되거나 교환될 수 없다는 게 미국의 입장이며, 문 대통령 역시 이런 원칙을 유지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쌍중단 구상이 한·미·일 공동전선을 무력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文샤인 정책 어디로

문 대통령의 대화 기조는 이번 독일 베를린 방문을 계기로 한층 선명해졌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한·미 미사일 연합 무력시위'라는 초강수를 두고 베를린으로 향하는 전용기에 올랐지만 "결국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 "제재는 수단이며, 한반도 문제는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함에 따라 압박 일변도의 미·일과는 다른 길을 택했음을 시사했다. 이는 더 이상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선 안 된다는 대원칙과 맞닿아 있다. 시 주석과의 첫 상견례 결과는 문 대통령으로선 만족스럽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신(新)베를린선언으로 불릴 만한 '한반도평화구상' 발표는 중·러와 미·일로 나뉜 북핵해법 대치국면에서 한반도 문제를 주도적으로 풀고자 하는 고군분투의 흔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단계는 문 대통령의 공식 대화 제의에 대한 북한의 반응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함부르크로 이동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베 총리와 한.미.일 3국 만찬에서 대화를 이어갔다.
미.일의 압박전선을 문 대통령이 대화 기조로 이끌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ehcho@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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