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주도형 경제정책 시대는 지났다
2017.07.25 17:09
수정 : 2017.07.25 17:09기사원문
박근혜정부가 반면교사다. 지난 2014년 신년회견에서 박 대통령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 구상을 밝혔다. 그러자 1960~70년대 박정희 대통령이 편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연상시킨다는 말이 나왔다. 3개년 계획으로 한국 경제가 얻은 게 무엇인가. 3년 새 뽕밭이 바다로 변하기라도 했는가. 앞선 이명박정부도 마찬가지다. 이른바 '7.4.7 비행기'는 채 이륙도 못했다.
최근 한국은행은 2016∼2020년 기간 중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2.8~2.9%로 가라앉은 것으로 추정했다. 2%대 하락을 한은이 공식 발표하기는 처음이다. 정부는 소리높여 7.4.7과 혁신을 외쳤지만 경제 기초체력은 되레 나빠졌다. 정부주도형 성장 전략의 한계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람 중심 경제'는 문재인정부의 이념성향을 충실히 반영했다. 그러다 보니 곳곳이 모순투성이다. 예컨대 일자리 중심 경제라는 기둥은 혁신성장이라는 기둥과 충돌한다. 혁신성장은 인공지능(AI)을 비롯한 4차 산업혁명이 고갱이다. 정부 역시 "규제나 관행이 융.복합 등 창조적 파괴를 제약한다"며 "전 영역에 걸쳐 4차 산업혁명 대응 태세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AI 영역에서 슘페터가 말한 '창조적 파괴'가 진행되면 일자리 감축은 불가피하다. 정부는 일자리 질을 높이려 내년 최저임금을 큰 폭으로 올렸다. 이는 커피.햄버거 매장 내 키오스크(자동주문기) 등장을 부추기고 있다. 앞으로 일자리와 혁신이 부닥칠 때 정부가 과연 어느 쪽 손을 들어줄지 궁금하다.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슘페터식 혁신이 꽃 피려면 "국가자본주의식 정부 규제를 과감하게 떨쳐버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정부가 정책을 펴서 자원을 배분하고 지시하는 것"에 부정적이다('경제철학의 전환'). 정권이 바뀌면 정책방향이 줄줄이 바뀌고, 정부가 상.하반기 두번에 걸쳐 두툼한 경제정책방향 자료를 내는 것 자체가 낡은 관행이다. 이런 과잉 친절은 그만 둘 때가 됐다. 경제는 시장과 기업에 맡기고 정부는 튼실한 사회안전망으로 처진 이들을 보살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