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몸에서 활약하는 숨은 주인공들

      2017.08.16 17:19   수정 : 2017.08.16 17:19기사원문

몸이 잘려도 되살아나는 파라카테눌라의 부활의 비밀, 모하비사막 숲쥐가 치명적인 독성 먹이를 마음껏 먹을 수 있는 까닭은 뭘까. 입도 항문도 없는 민고삐수염벌레가 빛 한 줄기 들지 않는 심해에서 살아갈 수 있는 비결은? 자연계의 경이로운 생명 현상들, 그 비밀의 중심에는 '미생물'이 자리하고 있다. 이 책은 인간을 비롯한 동물의 생애 곳곳에서 활약하며 숙주에게 놀라운 능력을 제공하는 '숨은 주인공들'의 세계에 관한 안내서다.

저자는 세계가 주목하는 젊은 과학 저널리스트로, 이 책에서 수백편의 논문과 연구 결과들을 종합해 미생물 세계의 지도를 그려냈다.

미생물과 동물간 놀라운 공생부터 인간과 미생물의 관계 등 흥미진진한 내용으로 가득하다. 아기 대신 모유 속 당분을 먹으며 아기의 면역계를 교육하는 인판티스, '공생 파트너'와 생식을 교란하는 '기생충'을 오가는 볼바키아, 아슬아슬한 삼각관계를 유지하며 숙주와 역할을 분담하는 트렘블라야 등 이름도 생소한 많은 미생물들의 기묘한 공생의 드라마는 인간과 자연을 바라보는 시야까지 바꾸게 만든다.

인간은 약 30조개의 세포와 39조 마리의 미생물로 이뤄져 있다.
우리의 세포들은 2만개에서 2만5000개의 유전자를 갖고 있지만, 우리 몸속 미생물들은 그보다 500배나 많은 유전자를 갖는다. 간략하게 말하자면 인간도 '미생물'인 셈이다.

인간의 삶은 수십조 마리의 미생물의 영향력에 놓여 있다. 그들은 우리의 몸을 빚어내고, 우리를 독소와 질병에서 보호하고, 음식물을 분해하고, 면역계를 조절해 주고, 행동을 안내할 뿐 아니라 심지어 우리의 유전체에 자신의 유전자를 쏟아붓는다. 미생물과 우리는 별개의 독립체가 아니라 삶을 공유하는 '하나의 팀'이다.

저자는 우리 모두가 '걸어 다니는 생태계'임을, 우리 주변이 거대한 '동반자들의 세계'로 이뤄져있음을 일깨워주며 독자들이 또 다른 세상의 경이로움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러나 미생물과 동물의 파트너십은 영원불변의 계약이 아니다. 팀플레이가 깨지면 숙주는 종종 치명적인 결과를 맞닥뜨린다. 산호초의 집단 폐사나 장내 미생물의 혼란으로 인한 심각한 질병들이 그것이다.


저자는 미생물과의 공생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인간의 질병 뒤에 숨은 미생물의 영향력에 대해서도 말한다. 비만, 염증성 장질환 같은 질병이나 우울증, 자폐증과 같은 정신 건강에서 미생물이 얼마나 많은 영향력을 펼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미생물을 '이로운 공생자'로 남기기 위한 수많은 과학자들의 연구까지, 몰랐던 미생물의 세계를 한 눈에 읽을 수 있다.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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