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빠진 대북제재案…美 ‘이란식 모델’로 방향트나
2017.09.12 17:36
수정 : 2017.09.12 17:36기사원문
■중국.러시아 협조해야 제재
이번에 통과된 대북제재는 지난 6일 공개된 초안과 크게 달라졌다.
뉴욕타임스(NYT)를 비롯한 외신들은 제재 강도가 떨어진 배경에 중국과 러시아가 있다고 지목했다. 북한 붕괴로 인한 난민 유입과 지역질서 재편을 우려하는 중국은 미국이 제시한 제재 초안에 강력 반대해 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역시 이달 초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가 역효과와 불안정을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심지어 영국 관계자들은 북한으로 가는 석유를 끊으면 올겨울 얼어죽은 북한 주민들 사진이 넘쳐날 것이라며 자칫하면 국제사회에 서방세계가 집단학살을 꾀한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프랑수아 들라트 유엔 주재 프랑스대사는 제재안 수정으로 "(안보리) 모두가 동의할 수 있었다"며 이 같은 단합이야말로 "전쟁위험을 덜기 위한 최선의 해독제"라고 평했다.
또한 제재가 시행되고 효과가 있을지도 의문이다. NYT는 표결 당일 영국 싱크탱크인 국제전략연구소(IISS) 자료를 인용해 북한이 석탄을 석유로 가공해 버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란식 모델 따라갈까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11일 표결을 마친 뒤 "미국은 전쟁을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아직 돌아올 수 없는 선을 넘지는 않았다"며 "만약 북한이 핵개발 프로그램을 중단한다면 나라의 미래를 되찾을 수 있다"고 밝혀 북한과 대화 가능성을 열어놨다. 이어 헤일리 대사는 "이번 결의안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강력한 연대가 없었다면 채택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NYT를 통해 트럼프 정부가 현실적으로 이번 대북제재에 큰 기대를 품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대북제재 자체보다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대북제재를 북한에 대한 공공연한 군사압박,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 등과 조합해서 사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NYT는 이런 접근법이 지난 2015년 이란 핵협상 타결 과정에서 미국 오바마 정부가 이란을 상대로 썼던 수법이라고 지적했다.
국제사회에서도 이란식 모델을 눈여겨보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 10일 공개된 독일 주간지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자이퉁(FAZ)과 인터뷰에서 북핵 문제를 이란 핵협상과 비슷하게 풀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 중단을 위한 외교적 조치에 개입할 준비가 돼있다"며 "이란 방식을 북한과의 갈등을 끝내는 데 활용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앞서 독일은 2013년부터 프랑스, 영국과 함께 이란 핵협상에 참여한 바 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