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끈질긴 사드 보복, 韓 물렁한 대응

      2017.09.17 17:04   수정 : 2017.09.17 17:04기사원문
청와대는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지 않기로 했다. 박수현 대변인은 14일 브리핑에서 "지금은 북핵과 미사일 도발 등으로 중국과의 협력을 유지해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한.중 통화스와프 연장에 대한 국내 언론의 지나친 관심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사드 보복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은 좋게 보면 신중하다. 사실 북핵 난제를 풀려면 중국 측 협조가 필수적이다. 또 WTO에 제소한들 우리가 이긴다는 보장도 없다.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13일 "(WTO 제소) 카드는 일단 쓰면 카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섣불리 꺼내기보다 품에 지니고 있는 게 낫다는 얘기다. 정부 논리는 타당한 측면이 있다.

김 부총리와 이 한은 총재의 당부도 마찬가지다. 한.중 두 나라는 현재 3600억위안, 우리돈 62조원 규모의 통화교환 협정을 맺고 있다. 위안화와 원화를 맞바꾸는 구조다. 이 돈은 외환위기와 같은 비상사태 때 특히 우리가 요긴하게 쓸 수 있다. 국내 언론이 관심을 보일수록 우리가 협정 연장에 매달리는 듯한 인상을 준다. 이는 협상 테이블에서 우리한테 되레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시각을 달리하면 정부 대응은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사드보복에 눈감은 결과를 보라. 이마트에 이어 롯데마트도 중국에서 철수를 결정했다. 현대·기아차의 중국 내 판매는 반토막이 났다. 한국관광을 막는 금한령 탓에 면세점들은 장사가 안 된다고 아우성이다. 기업들은 죽을 맛인데 정부는 제 할 일을 미루고 있다.

WTO 제소는 정경분리 원칙에 따른 정당한 대응이다. 이번에 정식으로 제소 절차를 밟지 않으면 앞으로도 중국은 한국을 얕잡아 볼 공산이 크다. 제2, 제3의 보복을 막기 위해서라도 WTO 카드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적어도 '건드리면 문다'는 신호를 보내야 한다.

통화스와프 연장 협상도 우리가 꿀릴 게 없다. 애당초 중국은 통화스와프를 위안화 국제화의 일환으로 여러 나라와 추진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면서 세계 12위 경제국인 한국은 이미 위안화 국제화에 크게 기여했다. 통화스와프 협정이 깨지면 중국도 잃을 게 많다. 그 대신 우리는 한.일, 한.미 통화스와프를 추진하면 된다.


정부는 사드 보복에 좀 더 당당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물론 안보가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경제를 마냥 희생양 삼을 순 없다.
우리가 물렁하게 나올수록 보복 강도만 더 세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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