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군살 빼고 '서비스' 정신 배우길
2017.09.20 16:55
수정 : 2017.09.20 16:55기사원문
외환위기가 터지자 정부는 은행.증권.보험감독원과 신용관리기금을 하나로 합쳐 1999년 금융감독원을 만들었다. 효율성을 높이고 신뢰를 쌓기 위해서다. 18년이 흐른 지금, 현실은 어떤가. 최흥식 금감원장 취임사(9.11)에 오늘 금감원의 모습이 잘 드러나 있다. 최 원장은 "금융에 대한 국민 신뢰가 높지 않은 것은 금융 당국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취임사는 감사원 지적과 맥을 같이한다.
그전에도 금감원을 뜯어고치려는 시도가 몇 차례 있었다. 예컨대 박근혜 전 대통령은 소비자보호 업무를 금감원에서 떼어 별도 기구로 만들려고 했다. 그러나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설립하려는 시도는 예외없이 내부 저항에 부닥쳤다. 결국 '금소원'은 없던 일이 됐다. 대신 금감원은 내부에 금융소비자보호처(부원장급)를 뒀으나 존재감은 기대 이하다.
최수현 원장 시절이던 2013년엔 국민검사청구제를 도입한 적도 있다. '열린 금융감독' 정책의 일환으로 금융소비자 200명 이상이 검사를 청구하면 심의를 거쳐 금감원이 검사에 착수한다는 내용이다. 이 제도 역시 지금은 유명무실하다. 전형적인 전시행정으로 끝났다.
법적으로 금감원은 민간기구다. 민간기구답게 관료 체질을 버리고 거듭나야 한다. 금융사는 감독 대상이면서 동시에 분담금을 내는 파트너다. 금융감독도 일종의 서비스로 바뀌어야 한다. 영문으로 금감원을 FSS(Financial Supervisory Service)로 표기한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그래야 금융사들도 분담금을 더 이상 준조세로 취급하지 않는다.
최흥식 원장은 취임사에서 "금융회사를 대할 때는 배려하고 경청하며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백번 옳은 말이다. 역설적이지만 감사원 지적은 최 원장이 앞으로 펼칠 개혁 행보에 오히려 우군이다. 금감원은 정원만 약 2000명에 이르는 거대조직이다. 그 결과 군살이 잔뜩 꼈다. 첫 민간인 출신 금감원장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